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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푸틴 러 국영방송 편집장 "중·러 미디어 협력해야 목소리 살아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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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06 11:03:51 수정 : 2023-10-06 11: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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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믈 선전가’ 평가받는 마르가리타 시모냔
“서방 언론 편파적… 결국 진실이 승리할 것”
“중·러가 서방 주류언론에 사실상 홀로 맞서…
웨이보 등서 RT 중국어 제공에 자부심 느껴”

공개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며 ‘크레믈궁의 선전가’로 평가받는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투데이(RT)의 마르가리타 시모냔(사진) 편집장이 서방 언론을 비난하며 중국과 러시아 간 미디어 협력을 강조했다. 서방 주류 저널리즘의 강력한 군대에 맞서 러시아와 중국의 목소리가 살아남아야 한다며 서방의 러시아·중국 혐오증을 인종주의나 파시즘에 빗대기도 했다.

 

시모냔 편집장은 5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언론과 미국의 광범위한 사회, 정치권은 오랫동안 RT와 특히 나 개인에 대해 편파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며 “크든 작든 해외에서 러시아의 목소리를 전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인의 암살 시도와 관련한 질문에는 “실제로 (암살 시도가) 두 번이나 있었다”며 “조국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말하다 죽는 것은 불치병으로 죽거나 반역죄로 수치스러운 삶을 사는 것보다 훨씬 덜 무서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 7월 시모냔 편집장과 TV 앵커·배우로 활동하는 크세니야 소브착 등 여성 언론인 2명을 살해하려 한 일당 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시모냔 편집장과 함께 암살 대상으로 지목된 소브착은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알려진 아나톨리 소브착의 딸로, 2018년 여성 최초 러시아 대선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다만 소브착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목소리를 내다가 러시아 경찰을 피해 해외로 피신했던 적도 있다. 소브착은 “암살 음모가 사실이라면 이번 일에 연관된 모든 당국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사실이 아니고 그저 나와 시모냔을 한 문장으로 엮으려는 생각이었다면 이번 역시 그저 역겨운 일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암살 시도가 날조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시모냔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해당 사건을 소개한 뒤 보안 기관의 지속적인 활약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시모냔 편집장은 서방 언론이 신뢰를 잃었고 언론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수년 전부터 시청자들이 서방의 주류 미디어가 판매하는 이야기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시청자들은 이제 RT가 금지된 지역에서도 TV,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RT를 계속 시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의 RT아메리카가 폐쇄되고 유럽연합(EU)에서 RT 서비스를 중단한 데 대해 “서방 기관들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 세계, 그리고 자신들의 뒷마당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에 대해 시청자들이 무엇을 믿을지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특별군사작전(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컫는 용어) 이전부터 수년 간 RT를 침묵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시모냔 편집장은 RT를 금지하면서 유럽과 미국의 자유 언론 외관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RT가 보도했거나 계속 보도하고 있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며 “계속 진실을 말한다면 결국에는 진실이 항상 승리한다고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서방의 담론 장악을 막기 위해 국제 뉴스 공간에서 러시아와 중국 미디어 협력이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국제 뉴스 공간에서 러시아와 중국 미디어가 협력하는 것은 글로벌 무대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목소리가 살아남는 문제”라며 “우리는 서방 주류 저널리즘의 가장 강력한 군대에 사실상 홀로 맞서고 있으며 이런 지배력은 위험하고 호전적인 세상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RT가 웨이보, 빌리빌리, 더우인 등 중국의 인기 SNS에서 중국어로 제공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RT의 웨이보 계정은 시청자 참여와 팔로워 증가율 측면에서 AFP, 파이낸셜타임스, AP, BBC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시노포비아(중국 공포증), 러시아 혐오에 대해 “미국 역사상 제도권과 사회전반에서 이런 종류의 공포증이 없었던 시기는 거의 없었다”며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박해부터 KKK의 흑인 린치, 매카시즘 시대의 공산주의자 공포에 이르기까지 미국 사회를 지배하는 세력은 항상 분노를 표출하고 책임을 묻고 직간접적으로 전쟁을 벌일 누군가가 필요했다”고 답했다. 그는 “오늘날의 러시아·중국 혐오증은 고전적인 인종주의나 파시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시모냔 편집장은 ‘대부분의 미국 언론이 정부 소유가 아닌데도 미국 언론이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신문, TV, 온라인 등 수천개의 매체를 보유한 미국 언론이 미국의 외교정책에 관해 한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미국 정치권과 미디어 사이의 경계는 모호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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