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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5개월만에 또다시 최대폭 상승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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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06 07:00:00 수정 : 2023-10-05 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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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오름세가 반영되면서 9월 소비자물가가 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여름철 기상악화의 영향으로 신선과실이 2020년 10월 이후 가장 크게 상승하는 등 농산물을 중심으로 먹거리 가격도 고공 행진을 했다. 국제유가 변동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유,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은 물론 맥주 가격까지 줄줄이 오르거나 인상 대기 중이어서 서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들이 과일과 채소 등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물가 3.7% 상승…5개월만 최대폭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2.99(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 물가 상승폭이 3.7%를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올해 7월 2.3%까지 낮아졌지만 8월 3.4%를 기록하는 등 최근 들어 상승폭을 다시 키우고 있다.

 

물가 상승폭이 커진 건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류 하락폭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8월 석유류는 전년 동월 대비 11.0% 하락했지만 9월에는 하락폭이 4.9%에 그쳤다. 지난달 농산물이 7.2% 오르는 등 농축수산물도 전년 같은 달보다 3.7% 상승해 8월(2.7%)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사과(54.8%)와 복숭아(40.4%) 등 신선과실이 24.4% 올랐다. 이는 2020년 10월(25.6%)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전기·가스·수도 가격도 작년 동월 대비 19.1% 상승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3%로 8월과 같았다.

 

정부는 국제유가 강세가 이어질 경우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유가 강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추가로 2개월 정도 연장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세를 찾는 것처럼 보였던 물가가 다시 들썩이면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에도 기저효과가 일부 작용한 가운데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전월에 이어 오르면서 8월 전망 경로를 다소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만 해도 9월 물가가 8월 물가상승률(3.4%)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예상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은은 일단 이달부터 물가가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수확기를 맞아 농산물 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점이 근거다.

 

하지만 물가 불안 요인도 적지 않다. 우선 주요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자발적 감산 연장 조치에 따른 고유가가 지속적으로 물가를 흔드는 복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 국제유가는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되는데 9월 중하순에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는 등 고공행진했다. 

 

최근 식음료 가격이 줄줄이 오르거나 인상이 예고되는 등 가공식품 가격도 변수다. 특히 원유 가격이 리터(ℓ)당 88원(8.8%) 인상되면서 서울우유, 매일우유, 남양유업 등은 우유 가격을 올렸다. 우유를 원료로 쓰는 아이스크림 가격도 오르고 있다.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은 6일부터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채널별로 순차적으로 올릴 예정이다. 여기에 맥주 가격까지 인상이 예고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오비맥주는 11일부터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할 예정이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에 따른 고환율 역시 물가에는 악재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가치의 하락은 수입 물가를 높여 업계의 생산비 부담을 키우게 된다. 국내 기업들이 원·부자재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물가가 들썩일 수밖에 없다.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 여부도 올해 하반기 물가에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한은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은 오는 19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정한다.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결정에는 물가상승률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해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는(매파적)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수출 부진 등의 경기침체가 한은의 금리 인상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배경이다. 9월 무역수지는 반도체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의 ‘상저하고’(상반기 저성장, 하반기 고성장)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수출이 회복세를 띠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원화 강세를 불러와 수출 경쟁력을 감소시킨다.

 

반면 고물가, 원·달러 환율 급등 등 금리 인상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여부도 관건이다.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이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2%포인트로 사상 최대인 한·미 금리 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 금리 차가 확대되면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고(원화 약세)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미국發 충격’ 코스피, 일단 한숨 돌려

 

연휴 이후 고금리, 강달러 여파에 충격을 받은 국내 증시는 미 국채금리와 국제유가 진정세에 따라 5일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09포인트(0.09%) 하락한 2403.60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6.38포인트(0.79%) 내린 801.02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0.63% 상승하며 2420선을 잠시 회복했으나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가 점차 강해지면서 오후 들어 2400선에 내려앉았다.

 

미국 뉴욕증시가 간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0.39%, 나스닥 지수 1.3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0.81%로 각각 상승 마감했으나 국내 증시는 급락세를 진정하는 데 그쳤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 마감한 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최근 급등한 미국 국채와 강달러 기조는 이날 주춤했다. 전날 16년 만에 최고치(4.8%)를 찍은 미국 10년물 금리는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팅데이터프로세싱(ADP)의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하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고용과열 완화 기대감에 4.7%대로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13.0원 하락한 1350.5원에 장을 마쳤다. 국제유가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이 84.22달러로 전 거래일 종가 대비 5.01달러(5.6%) 하락하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하락세를 진정시키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미국 긴축 정책의 향방을 결정하는 미국 고용지표 역시 6일 발표하는 정부 전망치를 다시 확인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자금시장 점검을 당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투기적 거래로 외환시장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하고 필요시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 등도 적기에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연계 불법 외환거래, 5년간 10조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가상자산 구매목적 불법 외환거래 단속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상자산 관련 불법 외환거래 적발 금액은 10조3689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6066건, 2조2961억원 규모가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93건(8조728억원)은 검찰에 송치돼 처벌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관세청에 적발된 사례를 보면 가상자산 구매자금을 허위 증빙해 송금한 규모가 4518건(1조875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은행을 통하지 않고 가상자산을 구매한 건이 1486건(407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은 국내와 해외의 가상자산 가격차인 ‘김치프리미엄’을 노리고 무역대금을 위장해 가상자산 구매자금을 송금하거나 해외 ATM기에서 외환을 인출한 경우였다. 특히 가상자산 투자 열풍으로 김치프리미엄이 커진 2020년과 2022년의 위반 건수가 전체의 78.7%(4775건, 1조9225억원)를 차지했다.

 

검찰에 송치된 건도 무역대금으로 위장한 해외송금이 전체의 49.9%(4조351억원)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환치기로 알려진 외국환 업무 등록 위반 건도 47.2%(3조8098억원)로 뒤를 이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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