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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니즈 대표 ‘동성 아이돌 성추행’ 쉬쉬한 日 언론사들…‘알아서 기었다’?

입력 : 2023-10-05 17:52:35 수정 : 2023-10-05 17: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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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기회 놓쳐 피해 키운 것 뼈 아픈 일”
“자니즈 기분 나쁘게 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 있었다”
히가시야마 노리유키 자니즈 사무소 사장이 지난 2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쿄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연예기획사 ‘자니즈 사무소’(이하 자니즈) 창업자 고(故) 자니 기타가와가 연습생을 성 착취했음이 장기간 관심을 받지 못한 배경에 일본인 특유의 ‘손타쿠(忖度)’가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5일 요미우리 신문과 아사히 신문은 일본 주요 민영 방송사인 ‘니혼테레비’(닛테레)가 자체 조사 결과를 지난 4일 저녁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발표했다.

 

손타쿠는 사전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배려하는 것’ 의미하지만,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의중을 살피며 속된 말로 ‘알아서 기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일본 사회의 부정적인 문화로 지적돼왔다.

 

일본 주류 언론사들이 연예계를 좌지우지하는 자니즈 눈치를 보느라 제때 충분히 이 문제를 보도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이번 조사는 자니즈 창업자인 고(故) 자니 기타가와의 성착취 문제가 주류 언론에서 장기간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채 방치돼온 배경으로 ‘매스미디어의 침묵’이 지목된 데 따라 이뤄졌다.

 

과거 20년 이상에 걸쳐 당시 보도국 담당 기자와 프로그램 담당자 등을 상대로 검증한 결과 이미 몇차례 쟁점화했어야 할 때조차 필요 이상으로 신중한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도국 간부는 “손타쿠인가라고 얘기한다면 손타쿠라고도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자니 기타가와의 성착취 문제를 1999년 처음으로 보도한 ‘슈칸 분슌’(週刊文春)이 이를 둘러싼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한 2003년, 대법원 확정판결 때인 2004년에조차 매체들은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

 

이사지 겐 현 보도국장은 “보도했어야 할 기회를 놓쳐 결과적으로 피해를 키운 것은 뼈아픈 일”이라고 인정했다.

 

닛테레의 간판 아나운서인 후지이 다카히코는 “20년 이전부터 (자니즈를) 기분 나쁘게 하면 (방송에) 연예인 기용이나 취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인식과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올해 3월 이 문제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방영했을 때조차 현장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보도 여부를 논의하는 것 자체를 주저하는 토양” 탓에 제대로 간부진과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자니 기타가와는 1962년 자니즈를 설립해 ‘스마프’와 ‘아라시’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을 여럿 키워냈다. 2019년 사망한 그는 자신의 절대적인 권위를 이용해 다수의 동성 아이돌 지망생 등 수백명을 상대로 성폭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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