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에 `우크라 군사지원` 예산안 통과 요청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옳았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국무회의 개시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던 중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국무부 장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1937∼2022)를 소환해 눈길을 끈다. 야당인 공화당이 몽니를 부려 의회의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세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 부처 장관과 기타 각료급 인사들을 소집해 국무회의를 열었다. 그는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옳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될 나라(indispensable nation)”라고 말했다.
‘없어서는 안될 나라’라는 어구는 올브라이트가 생전에 미국을 가리킬 때 즐겨 쓴 표현이다. 미국이야말로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통해 세계 정세를 변화시키고 국제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유일무이한 국가라는 뜻이 담겨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각을 향해 “이제 행동을 시작해보자”며 “미국 국민과 우리 동맹국, 전 세계의 친구들이 우리(미국)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확실히 알게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이 세계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라는 점을 굳이 언급한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는 특히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안 된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데 있다. 연방의회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미국 국내문제 해결이 더 중요하다”며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원조 예산을 삭감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에 대한 야당의 반발로 ‘셧다운’(정부 공무원들의 급여 지급 및 일부 업무 중단)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가까스로 임시 예산안이 통과됐으나, 여기에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미국의 군사원조 없이는 강대국 러시아와 맞서 대등한 싸움을 하기가 어려운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을 향해 ‘미국의 도움 없이 우크라이나 혼자 버티긴 힘들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경제력을 갖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중단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나 많은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고, 어린이를 포함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러시아의 침략과 잔혹행위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지원금 예산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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