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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중국 통일 왕조는 두 가지 방식으로 주변국을 관리해 왔다. 이이제이(以夷制夷)와 기미정책(羈?政策)이다. 이이제이는 주변국들끼리 싸움을 붙여 세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기미정책에서 기는 말의 굴레를, 미는 소의 고삐를 뜻한다. 직접 통치하기 어려운 주변 국가의 왕이나 우두머리에게 관직과 황제의 하사품을 주는 대신 중국의 종주권을 인정하고 조공을 바치게 했다. 일종의 간접지배다. 육상과 해상의 실크로드 재현을 꿈꾸는 일대일로(一帶一路)는 현대판 기미정책이랄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중화주의 관점에서 어긋나면 사실 자체를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일은 동일하다.

지난 8월 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중국 정부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선동 계정 7700여개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메타는 이런 계정들을 ‘스패무플라주’(spamouflage·스팸과 위장의 합성어)라고 표현했다. 중국의 여론 조작 선동 캠페인은 2019년 처음 온라인 공간서 포착됐는데, 국익을 극대화하는 일이라면 웬만한 비방과 흠집 내기는 기본이다. 좌표 찍기를 통한 공격은 상대편이 항복할 때까지 집요하게 이어진다.

차이나 게이트는 2020년 2월 자신을 조선족이라고 주장한 네티즌이 “조선족이 한국의 모든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글을 게시해 촉발됐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극렬 지지 조직은 한국인이 아니고 조선족이나 중국인”이라며 “중국 공산당이 나서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합니다’라는 청원에 이틀 새 50만명이 서명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중국 댓글부대가 국론 분열 및 선거 개입까지 감행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수사에 착수했지만 유야무야됐다.

지난 1일 한국과 중국의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당시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중국 응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91%) 나타나며 차이나 게이트 의혹이 재점화했다. 같은 시간 네이버는 클릭 응원에서 중국에 대한 응원 비중이 6%에 그쳤고 94%는 한국을 응원했다. 누구나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논란이 일자 다음 스포츠는 하루 뒤 서비스를 중단했다. 여당은 “중국발 여론 조작 증거이자 북한 개입까지 의심된다”며 철저한 수사와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소문으로 떠돌던 차이나 게이트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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