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통화를 하기 전 문자메시지를 보내 양해를 구하라.’
‘통화와 문자는 각각의 장점이 있으니, 상황에 맞게 선택하라.’
타인과의 전화 통화에 공포감을 느끼는 이른바 ‘콜포비아(Call Phobia)’ 현상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가 휴대전화기 이용에 관한 에티켓 전문가의 조언을 이 같이 전했다. WP는 “전화 통화는 (그레이엄 벨의 1876년 전화기 발명 후) 147년간 이어졌고, 아이폰은 출시된 지 16년 됐으며, 페이스타임 음성·영상 메시지 기능은 이제 1주일여 됐다”면서 “전화기를 이용한 의사소통에 관한 암묵적 규칙은 세대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오해와 불만을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화 걸기 전 문자 보내기
누군가에게 예고 없이 전화를 걸면 받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는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해 9월 MZ세대 2735명을 대상으로 벌인 온라인 조사에서 여실히 확인됐다. 응답자의 29.9%가 ‘콜포비아를 겪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콜포비아의 대표적 증상(복수응답)으로는 ‘통화 전 높은 긴장감이나 불안’(62.6%), ‘전화 수신을 미루거나 보류’(53.5%), ‘통화 때 할 대화에 대한 염려’(49.7%), ‘통화 중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식은땀이 나는 등 신체 변화’(38.1%) 등이 꼽혔다.
WP는 전화를 걸기 전 미리 문자메시지를 보내 지금 통화가 가능한지, 아니면 시간이 될 때 통화할 수 있는지, 언제 통화가 편한지를 물어보라고 조언했다. 정기적으로 통화가 필요한 사이라면 퇴근 후이든 일요일 오후이든 통화하기 편한 시간대가 언제인지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그렇다고 통화 전 문자메시지를 대충 보내서도 안 된다. 간단히 ‘전화 주세요’라고만 적힌 문자는 긴급한 상황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특정 주제에 관한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문자로 간략히 언급해주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걸려오는 전화를 꼭 받을 필요는 없다
전화 통화의 책임은 받는 사람에게도 있다. ‘에밀리 포스트 인스티튜트’ 회장이자 현대 에티켓에 관한 다수의 책을 쓴 리지 포스트는 “우리는 모두 휴대전화기를 통제할 수 있고, 전화를 받기에 적절한 때인지 결정할 수 있다”며 “누군가 당신을 방해해서 화가 난다면 그게 누구 잘못인지 생각해 보라. 전화를 받아서는 안 될 때 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당신”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식사나 회의 참석 등으로 통화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문자를 보내 알리고, 본인이 편한 시간에 다시 연락을 취하는 것이 좋다. 휴대전화기에 기본으로 설정된 메시지는 무뚝뚝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 상황별로 맞춤형 문자를 보내는 편이 낫다고 WP는 조언했다.
◆감정적 소통은 통화가, 사실 관계는 문자가 낫다
많은 경우 꼭 통화할 필요가 없다. 사실관계 확인이나 계획을 조정할 때, 혹은 뭔가 내용을 다듬기 위한 의사 소통은 문자 소통이 효과적이다.
다만 복잡한 사안이거나 대화가 지나치게 길어질 수 있다면, 상대방 의사를 묻고 통화를 하는 게 낫다. 상대 의견을 확인하거나 감정적인 문제 등 미묘한 뉘앙스가 중요한 소통 역시 문자보다는 통화가 좋다. 여기에는 논쟁, 안부 확인, 개인적 차원의 연락도 포함된다고 WP는 전했다.
리지 포스트는 “문자 메시지로 잘 싸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상대방과 실제로 마주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문자로 싸우는 게 낫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화 통화를 하면 훨씬 더 빨리 끝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상 통화는 제자리에서
영상 통화를 할 때는 한 곳에서 가만히 있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이들이 영상 통화 중에 돌아다니면 상대방이 혼란스러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WP는 이밖에 애플이 최근 iOS 17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한 페이스타임 영상·음성 메시지를 “모두가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은 피하라”고 조언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전화 통화는 운명을 다한 것이 아니다”라며 “통화는 예전보다 덜 일반적일 수는 있지만 여전히 훌륭한 의사소통 방법이며, 누군가와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것은 관계를 강화해주고, 정신 건강을 향상시키며, 외로움을 줄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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