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진·하광철·곽용빈 3인
전날 10m 정상 단체 이어
혼합 단체전도 亞 정상에
정, 개인전 동메달 ‘겹경사’
“너무 값진 금메달” 눈시울
한국 사격 대표팀이 이틀 연속 ‘금빛 총성’을 울렸다. 남자 러닝타깃 단체전 두 종목을 싹쓸이하는 쾌거를 일궜다. 정유진(40·청주시청)과 하광철(33·부산시청), 곽용빈(29·광양시청)으로 구성된 러닝타깃 대표팀은 26일 중국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남자 10m 러닝타깃 혼합 단체전에서 총점 1116점을 합작해 카자흐스탄(1111점), 인도네시아(1098점)를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세 선수는 전날 10m 러닝타깃 정상 단체전에 이어 혼합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근대5종의 전웅태(28·광주시청)에 이어 두 번째로 이번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랐다.
러닝타깃은 10m 앞의 가로 방향으로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종목으로 ‘정상’과 ‘혼합’으로 나누어진다. 정상은 총 60발(600점 만점) 경기로, 완주 1스테이지(30발, 각 발당 5초 내 사격)와 속주 2스테이지(30발, 각 발당 2.5초 내 사격)로 구분해 스테이지별로 속도 예측이 가능한 종목이다. 혼합은 각 발당 제한시간은 정상과 같지만, 총 40발(완주 20발, 속주 20발)을 쏘는데 이동속도가 무작위로 진행되어 다음 표적이 완주 표적인지 속주 표적인지 예측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종목이다. 혼합은 개인전과 단체전이 동시에 진행된다.

대표팀 맏형이자 에이스인 정유진은 이날 혼합에서 377점을 기록했고, 하광철과 곽용빈이 각각 373점, 366점을 올렸다. 개인 기록으로도 북한의 권광일과 공동 2위에 오른 정유진은 권광일과의 경사(슛오프)에서 17-18로 패해 개인전은 동메달을 차지했다. 정유진은 전날 정상 개인전에서도 동메달을 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만 메달 4개(금2, 동2)를 목에 걸었다.
러닝타깃은 사격 강국인 한국에서도 생소해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종목이다. 대한사격연맹에 따르면 러닝타깃 등록 선수는 8명에 불과하다. 현역은 실업 4명, 대학생 2명으로 총 6명에 그친다. 과거 아시안게임 종목에서 제외되면서 실업팀이 해체된 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연이틀 금메달을 따냈다. 그야말로 ‘인간 승리’라고 할 만한 쾌거다.
전날 정상 단체전에서 1위를 달리던 북한이 미끄러져 한국과 총점(1668점)이 같아졌고, 이후 ‘이너텐’(Inner Ten·10점 정중앙) 횟수에서 한국이 39차례로 북한(29차례)에 앞서며 극적으로 금메달 주인공이 됐던 대표팀은 연이틀 승전고를 울린 감격이 남달랐다. ‘맏형’ 정유진은 이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뜨거운 눈물을 한참 동안 흘렸다. 늦게 소집되는 등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이 컸기 때문이다. 정유진은 “비록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두 동료와 딴 금메달이 너무 값진 것 같다”고 울먹였다. 하광철은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아침부터 파이팅하며 오늘 경기에 임했었다”며 “개인이 쏘는 것이긴 하지만, 내가 못 쏘면 유진이형이나 용빈이가 채워줘야 한다. 그런 걸 같이 훈련하며 ‘원팀’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하준(23·KT)과 이은서(29·서산시청)도 10m 공기소총 혼성 종목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전날 남자 10m 공기소총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박하준은 혼성 종목까지 이번 대회 세 번째 메달을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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