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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코리아!”

독일 베를린에서 1∼5일(현지시간)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 다녀왔다. 중국 대표 TV 제조사 TCL의 전시장을 둘러보던 중 관계자가 말을 걸었다.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하자 감탄하듯 ‘코리아’를 거듭 외쳤다.

이동수 산업부 기자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는 “인조이(enjoy)”라고 말하며 연신 기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입가엔 미소가 번져 있었다. 과한 환영에 어리둥절한 사이 그는 손을 흔들며 쿨하게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아, 도발이었구나.

마침 TCL의 초대형 TV를 구경하던 중이었다. TCL의 이번 전시 주력 제품인 115형 퀀텀닷(QD) 미니LED 4K TV다. 삼성전자가 전시한 98형 네오(NEO) QLED 8K와 같은 기술(미니LED)이 적용됐는데 화면은 더 컸다.

도발을 되갚아줄 질문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해상도가 삼성 TV의 4분의 1 수준인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몰입감 유지를 위한 화질 보정과 음향 기술은 자신 있느냐” 등등. 하지만 질문은 머릿속에만 머물렀다. 사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아닌데 기분 나빠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쾌감은 어쩔 수 없다.

이번 IFA를 관통한 키워드는 중국의 ‘인해전술’과 ‘기술 굴기’다.

전체 참가 기업 2097개사 중 절반 이상(62%)인 1296곳이 중국에서 왔다. ‘올해 IFA에서 가장 큰 TV’ 타이틀은 TCL이 가져갔다. TCL 관계자 가슴속 ‘국뽕’이 내 어깨를 두드렸으리라 짐작된다.

남의 어깨를 두드릴 뻔한 일도 있었다.

독일 프리미엄 가전의 자존심 ‘밀레’의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다. 밀레는 이번에 처음으로 의류관리기 ‘에어리움’을 공개했다. LG전자가 2011년 새로운 개념의 가전 ‘스타일러’를 세계 최초로 출시한 지 12년 만에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LG전자 H&A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은 이를 두고 “경쟁자가 늘었다기보다는 의류관리기가 해외에서도 신(新)가전으로서의 효용성을 인정받은 느낌”이라며 잘됐다는 투로 말했다.

전시장에서 에어리움을 꼼꼼히 살펴보자 밀레 관계자 역시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이번엔 내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또박또박 “코리아”라고 답했다. 중국에서 뺨 맞고 독일에서 화풀이(?)한 셈이다.

일반 관람객과의 인터뷰도 기억에 남는다.

독일인 마티아스 호흐만은 인상 깊은 제품으로 LG전자의 ‘유니버설 업키트’를 언급했다. 휠체어를 타는 그의 심정이 십분 이해됐다. 유니버설 업키트는 성별·나이·장애에 관계 없이 LG 가전을 편리하게 사용하게끔 보조하는 탈·부착형 액세서리다. 근력이 부족하거나 손 움직임이 섬세하지 않은 지체장애인이 세탁기 도어를 쉽게 여닫도록 도와주는 ‘이지 핸들’ 등이 있다. 이번 IFA에서 좀처럼 찾을 수 없는, ‘가전 접근성’을 크게 강화한 제품이다.

국제 가전 전시회 출장은 처음이다.

내년 IFA에서 중국 관계자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까. 5년, 10년 뒤에도 외국의 경쟁사들이 우리 제품 앞에서 미소 짓지 못하도록 앞서나가야 할 텐데.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동수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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