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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시네마트랩] 경자씨의 복수와 친절한 모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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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22 22:44:26 수정 : 2023-09-22 22: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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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창의성은 미덕임에 틀림이 없지만, 창의성이 곧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상에 아예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무척 드물고, 그런 사람은 역사에 길이 남는 위대한 인물이 된다. 물론 사물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새롭게 만들려고 시도하긴 하지만 항상 성공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존에 있는 것들을 뒤섞거나 창의적으로 재해석해서 새로운 작품으로 선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이런 경우 어떤 작품에는 이전 작품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고 또 그런 것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마스크 걸’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했는데, 넷플릭스에 공개된 작품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갈등구조나 성격을 보면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과 ‘친절한 금자씨’가 떠오른다. 작품의 중반에 등장하는 노년의 김경자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주오남을 죽인 김모미를 찾아내서 복수하기 위해서 새로 컴퓨터를 배우고, 불법적으로 총을 구입하고 집요하게 김모미의 행방을 찾는다. 김경자는 ‘복수는 나의 것’에서 선량하고 성실한 가장이었으나 딸을 잃은 다음에 집요해지고 잔인해지는 박동진과 닮았다. 여러 사람을 죽게 하여서 투옥된 김모미의 감옥생활은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금자가 감옥에서 절대권력자 마녀를 죽이고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주어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장면과 유사하다. 이것은 한국 영화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에서 여성 감옥생활을 보여주는 거의 최초의 작품이 ‘친절한 금자씨’였기에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연상작용이기도 하다.

한편 ‘마스크 걸’과 박찬욱의 복수 3부작이 차이가 나는 것은 작품에서 다뤄지는 범죄의 형태이다. 박찬욱의 복수 3부작을 관통하는 범죄는 유괴이다. ‘복수는 나의 것’과 ‘친절한 금자씨’는 아동 유괴로부터 사건이 시작되고, ‘올드 보이’는 성인 남성이 납치되어 15년간 감금된다. 그에 비해 ‘마스크 걸’은 인물들이 계획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살인을 하고 계속 도망 다니고 그를 쫓는 김경자를 피해 다니면서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 범죄를 계획했든, 사건에 휘말렸든 ‘마스크 걸’과 박찬욱의 복수 3부작에서는 행복하게 살려고 했던 평범한 사람이 이겨내기 어려운 불행이 계속된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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