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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의 길 걷는 장한나 “연주자의 삶 알려준 스승과 협연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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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22 17:35:38 수정 : 2023-09-22 17: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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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의 삶을 알려주신 마이스키 선생님, 첼리스트 경력의 시작이었던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드보르자크, 지휘자라는 꿈에 불을 붙여준 베토벤까지. 인생의 전환점이 된 세 분이 모두 모인 공연이라 영광입니다.”(장한나)

지휘자 장한나. 크레디아 제공

“9살 첼리스트였던 장한나를 처음 봤을 때처럼 ‘지휘자 장한나’에게서도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관객의 귀와 눈만 즐겁게 하는 게 아니라 마음까지 움직이는 특별한 자질을 가졌죠.”(미샤 마이스키)

 

30여년 전 첼로가 이어준 인연으로 시작돼 평생의 스승과 제자가 된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5)와 장한나(41)는 서로를 극진하게 존중하고 아낀다. 2012년 내한 공연 이후 11년 만에 다시 한 무대에 선다. 지난 17일부터 전북 전주를 시작으로 대전, 경주에 이어 23~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지휘자와 첼로 협연자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이번 연주 일정을 앞두고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장한나와 마이스키는 사제 간의 정과 한 무대에 서는 기대감을 듬뿍 내비쳤다. 

 

로스트로포비치와 피아티고르스키를 사사한 유일한 첼리스트인 첼로 거장 마이스키는 1992년 내한 당시 아버지와 함께 자신의 공연을 보러온 9살 장한나와 인연을 맺은 뒤 평생 유일한 제자로 가르쳤다.

Trondheim Symfoniorkester

“제가 아홉 살이었을 때 선생님이 독주회를 위해 내한했어요. 연주 후 사인회를 할 때 아버지가 제 연주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건네셨죠. 1~2주쯤 지났을까. 선생님의 부인이 보낸 국제우편이 왔어요. 선생님이 매년 여름 이탈리아의 한 마스터클래스에서 지도를 하는데, 거기 초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감격적이었죠.”(장한나)

 

“3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나의 연주를 처음 들은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환생’을 믿는데, 그 작은 소녀에게서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후로도 함께 무대에 오를 때마다 특별한 감정을 느꼈죠.”(마이스키)

 

이듬해 여름 이탈리아로 간 장한나는 음악이 무엇인지,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 지를 마이스키에게 배우면서 1994년 불과 11세에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장한나는 “선생님은 ‘연주자는 음악을 해설하는 사람이고, 해설은 악보에 기반해야 하고, 악보에는 작곡가의 혼이 깃들어 있다’고 했다”며 “(연주자에게) 음표가 다가 아니라는 이야기들을 해주셨다”고 회고했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크레디아 제공

첼리스트로 정상에 오른 뒤 2007년부터 첼로를 내려놓고 지휘자로서 빛나는 길을 걷고 있다. 2017년 9월부터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를, 지난해 9월부터 함부르크 심포니의 수석 객원지휘를 맡고 있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로테르담 필하모닉, 쾰른 필하모닉, 비엔나 심포니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도 했다.

 

이에 마이스키는 “음악을 향한 열정은 음악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이라며 “한나는 놀라운 직관과 지성, 에너지를 갖고 있고, 특별한 감동과 깊이를 주는 지휘자로, 앞으로의 활동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도 장한나가 첼로도 가끔 품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마이스키는 “한나가 지휘자가 되기 위해 첼리스트로서의 커리어를 희생했다고 생각한다”며 “한나의 결정을 충분히 존중하고 지지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첼리스트로 돌아와 함께 슈베르트의 첼로협주곡을 함께 연주하고 녹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한나는 “저도 기회가 된다면 선생님과 슈베르트의 첼로 작품을 연주하고 싶다”며 “14, 15살 무렵에 선생님, 기돈 크레머 등과 5중주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너무 어렸다. 지금 하면 연주를 더욱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장한나는 천재 첼리스트의 면모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현재로서는 지휘자 활동에 충실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가장 중요한 건 음악 안에서 나를 찾고, 내 안에 있는 음악을 찾는 것인데 끝이 없는 여정이에요. 어떤 형태와 형식이 됐건 음악에 충실한 자세로 임하고 싶습니다.”

 

이번 공연에선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과 함께 베토벤 교향곡 5번(23일),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24일)이 연주된다.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디토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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