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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아세안, 남중국해에서 표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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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21 23:57:26 수정 : 2023-09-21 23: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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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막무가내식 영유권 주장에
아세안회의서 논의 예상 불구
동남아국 ‘잠잠’… 中 파워 실감
대화상대국 적극 지지로 풀어야

할리우드 영화 ‘바비’는 남중국해에 중국이 그은 9단선이 포함된 지도가 나왔다는 이유로 베트남에서 상영이 금지되었다. 베트남은 공연 기획사 홈페이지에 남중국해 군도가 중국령으로 표시되었다는 이유로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블랙핑크 공연도 보이콧했다.

9단선(Nine-dash-line)으로 불거진 중국과의 영해 문제는 베트남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9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 해역과 해저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남중국해 주변에 U자 형태로 그어 놓은 9개의 선이다. 이 안에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약 90%가 포함될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그리고 대만의 영해까지 포함시켰다. 2016년에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9단선에 대한 법적,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승복하지 않았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인도태평양연구센터장

국제법재판소에서 패소한 이후 중국의 영토 주장은 더욱 공세적으로 변했다. 중국은 9단선을 따라 인공섬을 개발하고 군사 시설과 활주로를 건설했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를 불과 일주일 앞둔 8월28일에는 남중국해 거의 전 해역을 자국 영토로 표시한 2023년 중국 표준 지도를 발표하여 동남아 국가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 같은 배경에서 9월5~8일간 개최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에 대한 규탄과 저지를 위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의장국을 수임한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에 있었던 ‘국제법 존중(respect for international law)’ 문구는 연설에서 자취를 감췄고, 공개적인 문제 제기도 없었다. 아세안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실감하는 한편 내부 분열상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남중국해 문제는 미얀마 사태와 함께 아세안의 분쟁 해결 역량, 나아가 아세안의 적실성을 보여주는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2012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20차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의장국 캄보디아가 중국과의 남중국해 분쟁 해결을 위한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초안 작성을 반대하여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45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지 못했다. 남중국해 문제에 노출된 아세안 해양부 국가들과 대륙부 국가들(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의 입장이 다르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 간의 분열로 해석되기도 한다. 정상회의를 마치고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이처럼 아세안의 적실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9월19일 아세안은 남중국해에서 사상 첫 합동 해상훈련을 시작했다. 원래 훈련 장소는 남중국해 최남단 해역인 북나투나해였지만, 역시 캄보디아의 반대로 분쟁 해역을 피해 남나투나해로 옮겨졌다. 하지만 아세안이 적어도 영해 수호 의지, 특히 중국과 협상 중인 행동준칙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남중국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당사자인 동남아 국가들의 의지와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대화상대국들의 역할도 필요하다. 해상교통로이자 자원의 보고로서 실제로 남중국해는 인접한 모든 국가에 중요한 지역이다. 남중국해를 통해 운송되는 물품은 세계 무역의 3분의 1에 해당하며, 해저에 약 110억배럴의 미개발 석유와 190조 세제곱피트의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화석연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무역 의존도가 85%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하는 석유, 천연가스의 각 64%, 46%가 남중국해를 통과한다. 따라서 남중국해에 규칙에 기반한 질서가 유지되도록 돕고 아세안과 해양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우리와 아세안 모두에게 이로운 전략이 될 것이다. 그리고 대화상대국들의 적극적인 경제적, 외교적 지지는 아세안이 한층 당당하게 남중국해 문제를 대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인도태평양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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