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의 ‘페르소나’… 영화계 큰 별 지다 [고인을 기리며]

원로배우 변희봉 별세

췌장암 재발해 투병… 향년 81세
1966년 성우 데뷔… 드라마 활약
‘플란다스의 개’로 봉과 첫 호흡
‘살인의 추억’ ‘괴물’ 등 열연 인기
송강호·봉준호 감독 등 빈소 찾아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인 원로배우 변희봉(본명 변인철)이 18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과거 완치 판정을 받았던 췌장암이 재발해 투병 끝에 이날 오전 세상을 떠났다.

영화 ‘괴물’ ‘살인의 추억’ 등에서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원로배우 변희봉(본명 변인철)이 췌장암이 재발해 투병 끝에 18일 별세했다. 연합뉴스

1942년 전남 장성군에서 출생한 고인은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1966년 MBC 성우 공채 2기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방송 드라마에 진출해 ‘제1공화국’(1981) ‘조선왕조 오백년: 설중매’(1985) ‘찬란한 여명’(1995) ‘허준’(1999)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제21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인기상, 제27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제9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 연기상, 제51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 남우조연상 등을 받았다. 2020년에는 대중문화예술 분야 최고 권위의 정부 포상인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고인과 봉 감독과의 각별한 인연은 잘 알려져 있다. 고인은 봉 감독의 영화 ‘플란다스의 개’(2000)와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옥자’(2017)에 출연했다.봉 감독이 신인 시절 찍었던 ‘플란다스의 개’의 경우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으나, 봉 감독의 끈질긴 부탁과 열정에 결국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경비원 역을 맡은 변희봉은 연기가 호평받으면서 결과적으로 배우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됐다.

변희봉은 고참 조연배우들의 출연료가 깎이는 현실에 허탈함을 느끼고 연기자 생활을 접으려던 상황에서 봉 감독을 만나 영화계로 진출할 수 있었고, 이는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살인의 추억’에선 강력반장으로 출연했고, ‘괴물’에서 강인한 아버지이자 할아버지로 가족들을 이끄는 역할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인과 오랜 인연을 맺은 영화배우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은 이날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장례식장을 찾아 추모했다. 빈소에는 배우 박해일, 배두나, 전도연, 정보석과 강우석 감독, 박신우 감독 등 그가 생전에 인연을 맺었던 수많은 영화계 관계자들의 화환이 자리를 메웠다. 발인은 20일 오후 12시30분이다.

엄형준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