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경기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연구원 내 케이시티(K-city)에서는 국내 각종 민간 기업과 연구기관이 테스트를 하고 있는 각종 자율주행차들이 눈에 띄었다.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단계의 자율주행차는 교차로 부근에서 갑자기 앞차가 끼어드는 상황에 대처했다. 앞차가 차선을 바꾸자 자연스럽게 속도를 낮추며 정차했다가 앞차가 다시 차선을 바꾸자 다시 출발했다.

곧바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실험용 더미(마네킹)가 주차된 차량 근처에서 빠른 속도로 튀어나가자, 자율주행차가 급제동을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충돌을 피했다.
이번에는 상용화 단계인 25인승 자율주행버스를 시승한 채 케이시티 코스를 직접 둘러봤다. 자율주행버스는 복잡한 도심 코스와 톨게이트, 회전 교차로, 방해전파로 통신이 불가능한 터널 구간 등을 거쳐 무사히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상황 모니터링을 위해 운전석에 연구원이 탑승했지만, 자율주행 모드가 시작된 이후 정차할 때까지는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았다. 연구원은 주행 내내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보이기도 했다.
최인성 케이시티 연구처장은 “자율주행차의 인지·판단·제어 알고리즘이 고도화돼야 안전하게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다”며 “키가 크고 작은 보행자, 우비를 쓴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반복 학습을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는 신차 구입에만 매년 30∼40억원을 쓴다. 국내에서 주행하는 주요 차량을 약 100대를 직접 사서 정면, 측면, 후면 등 각종 충돌 시험에 사용한다. 시험 결과는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안전도 평가(KNCAP) 등에 활용된다. 배터리팩 낙하 시험 시연도 볼 수 있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전기차 증가에 따라 지난 2009년 세계 최초로 배터리팩 낙하 시험을 시행하며 국내 안전 기준을 정했다. 이번 시연에서는 포터 EV·봉고 EV에 탑재되는 무게 447㎏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4.9m 높이에서 떨어뜨렸다. 시속 35㎞의 속도로 배터리가 콘크리트에 충돌하며 엄청난 굉음이 발생했지만, 폭발이나 불꽃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해외의 배터리 검사 종류가 10건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염수 침수와 하부 배터리 충돌 실험을 합쳐 12건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게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설명이다. 내년부터는 세계 최초로 주차 중 배터리 발화 여부 시험도 신설할 계획이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공단은 마치 교통안전의 ‘종합쇼핑몰’처럼 다양한 교통수단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며 “어떤 차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하려면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노력뿐 아니라 국민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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