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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한도 없고 법인도 기부 가능… 인구소멸 시골 마을 ‘활기’ [지방기획]

입력 : 2023-09-18 06:00:00 수정 : 2023-09-18 0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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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日 성공 비결은

‘유기견 살처분 1위’ 진세키코겐정
고향납세로 유기견 보호 프로젝트
총 400억원 모금… 살처분 7년째 ‘0’
기부자 80% 도쿄·수도권 지역 주민

‘응원하고 싶은 지역’에도 납세 가능
지정기부·민간협력 등으로 제도 정착
2022년 9654억엔 모여… 14년새 120배↑
관광객 모여들고 관계인구 형성 계기
일본은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한 시초 국가로 평가된다. 일본은 국내와 달리 기부금 한도가 없다. 법인도 기부 가능한 과감한 규제 완화와 지정기부·민간 플랫폼 활용·민간 협력으로 고향납세(후루사토납세) 기부액이 지난해만 9654억엔(약 8조6696억원)으로 제도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부액은 2008년 도입 당시보다 120배 늘었다. 지정기부가 도입된 2015년부터 기부액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세계일보는 지난 12∼15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고향사랑기부제 담당공무원들의 일본 고향납세 벤치마킹 연수를 공동기획해 동행 취재했다.
일본 히로시마현 진세키코겐정은 고향납세(후루사토납세)를 활용한 '피스완코(유기견보호) 프로젝트'로 단번에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피스윈즈재팬 제공

“유기견 살처분 1위 지역을 살처분 제로(0)로 만들었습니다. 정책 소비자가 자신이 응원하고 싶은 지역과 특정 사업에 기부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과 민간이 협업한 성과입니다.”

지난 14일 만난 히로시마현 진세키코겐정 비영리민간단체 ‘니나진세키코겐’의 우에야마 미노루 이사장은 “정주인구를 늘리기 전에 마을에 관심을 갖고 교류하는 관계인구를 늘리는 게 고향납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선 고향납세제가 단순히 지역으로 재정의 흐름만을 만들어낸 건 아니다. 납세자가 직접 기부처를 선택해 태어난 고향은 물론 신세를 진 지역, 응원하고 싶은 지역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제도다. 재해를 겪은 지역에 보내는 응원 성격의 고향납세부터, 지역의 과제에 공감하는 ‘크라우드 펀딩’까지 다양하다.

 

한때 유기견 살처분율 1위였던 진세키코겐정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살처분 없는 마을이 됐고, 관련 고용도 100명을 넘어섰다. 진세키코겐정은 2004년 히로시마현 내 4개 정·촌을 통·폐합해 만든 지자체다. 인구 8000여명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절반을 차지하는 대표적 인구소멸 지자체다. 고향납세를 활용한 ‘피스완코(유기견보호) 프로젝트’로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이 사업을 처음 제안한 건 국제긴급구호단체 ‘피스윈즈재팬’이었다. 이 단체 대표 오니시 겐스케가 2010년 우연히 살처분 직전이던 유기견 ‘유메노스케’를 구조해 구조견으로 훈련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생후 4개월이던 유메노스케는 3년여간의 훈련을 거쳐 2014년 8월20일 히로시마 산사태 재해 현장에 처음 투입됐고, 첫 임무에서 실제 사람을 구조했다. 이후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등 국내외 각종 재난 현장에서 활약하며 수십명의 생명을 구했다. 유메노스케는 ‘사람이 죽이려던 개가 사람을 구했다’는 말과 함께 일약 전국적인 스타가 됐고, 덩달아 피스완코 프로젝트도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야깃거리’가 된 셈이다.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단체 고향사랑기부제 담당공무원들이 14일 일본 히로시마현 진세키코겐정을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히로시마=임성준 기자

유메노스케가 구조되던 즈음 일본은 한 해 살처분되는 유기견이 16만마리(2011년 기준)였다. 피스완코 프로젝트가 시작된 2013년부터 살처분이 현격히 줄어들어 2016년 드디어 ‘0’을 달성했다. 이 기록은 7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피스윈즈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진세키코겐정에 마련한 보호시설에서 그동안 7600여마리의 유기견을 보호했고, 이 중 절반이 넘는 3612마리를 새 가족에게 입양했다. 최근에는 고령자들을 위한 세러피견 분양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현재도 2600여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피스윈즈는 피스완코 프로젝트로만 지금까지 400억원 가까운 기부금을 모았다. 지난해 모금액만 46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일반 기부금까지 더해지면서 연간 모금액이 166억원에 이르렀다. 또한 100여명의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했다.

피스완코 프로젝트의 성공은 진세키코겐정에 새로운 희망을 품게 했다. 관광객들이 모여들었고, 이는 새로운 관계인구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진세키코겐정은 고향세 모금 주체가 다양하다. 모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역시 비영리 민간단체다. 지난해에만 무려 70억원을 모금했다. 진세키코겐정에는 지난해 2만4870명이 10억6511만엔(약 95억8500만원)을 기부했다. 이는 일본 전체 1788개 지자체 중 250위에 해당한다. 이리에 요시노리 진세키코겐정장은 “고향세 기부자의 80%가 도쿄와 수도권 지역 주민들”이라며 “기부자들에게 도시의 매력이나 사업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한다면 관계인구를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통신사의 일본 방문 당시 모습을 재현하는 오카야마현 세토우치시는 지역을 대표할 만한 특산품이 없었다. 이런 세토우치시가 고향납세 유치를 위해 떠올린 건 일본 국보로 지정된 일본도 ‘야마토리게’를 되가져오는 프로젝트였다.

오카야마현 일대는 과거 훌륭한 일본도 제작을 주도하며 ‘일본도의 성지’로 불렸다. 국보로 지정된 111자루의 일본도 가운데 47자루가 ‘비젠도’일 정도다. 하지만 정작 비젠 지역엔 국보급 일본도가 한 자루도 없는 상황이었고, 이에 세토우치시가 고향납세를 활용해 인근 지역 개인이 소유하던 국보 야마토리게를 고향의 품으로 가져오는 아이디어를 구상한 것이다. 막대한 예산에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지만,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필요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홍보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자체 외부에서도부터 지지자들이 생겨나면서 목표액을 크게 웃도는 8억엔을 모금할 수 있었다. 세토우치시 비서홍보과 이시이 요지는 “도검 박물관은 야마토리게 팬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면서 “기부자들이 지역에 관심을 갖고 찾는 관계인구로 성장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히로시마·오카야마=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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