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전쟁기념관 방문 잇따라
“튀르키예 국민들은 한국인을 ‘칸 카르데쉬’(Kan Kardes: 피로 맺은 형제)라고 부릅니다.”
최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시난 에렌 튀르키예 육군 군수사령관(소장)이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에게 한 말이다. “튀르키예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켜준 영원한 형제의 나라”라는 백 회장의 인사에 ‘피로 맺은 형제’라는 한층 더 강렬한 표현으로 화답한 것이다.
에렌 사령관은 백 회장과 환담을 나눈 뒤 튀르키예군 6·25전쟁 전사자 명비를 살펴봤다. 튀르키예는 6·25전쟁 당시 총 1만4936명의 병력을 유엔군 일원으로 한국에 파병했다. 전사 724명, 부상 2068명 등 커다란 인명피해를 감내했다. 올해 초 튀르키예에서 강진이 발생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형제의 나라를 도와야 한다”며 소방대원 등으로 대규모 해외긴급구호대(KDRT)를 꾸려 튀르키예에 파견토록 한 바 있다.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외국 인사들의 전쟁기념관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16일 전쟁기념관에 따르면 신임 주한 프랑스 대사로 지명된 필립 베르투 내정자가 지난 14일 기념관을 찾았다. 그는 “6·25전쟁 당시 프랑스 대대의 활약상을 널리 알리고, 프랑스의 참전 관련 자료가 영구히 보존될 수 있도록 전쟁기념사업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프랑스는 6·25전쟁 기간 총 3421명을 파병해 그중 269명이 전사하고 1008명이 부상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프랑스군은 ‘프랑스 대대’라는 이름 아래 미군 사단에 배속돼 싸웠다. 프랑스 대대를 지휘하기 위해 3성장군인 랄프 몽클라르 중장이 스스로 계급을 중령으로 낮춰 대대장을 맡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에카테리니 루파스 주한 그리스 대사가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그리스 역시 6·25전쟁 참전국 중 하나다. 총 4992명이 한국에서 싸웠으며 그중 186명이 전사하고 543명이 다쳤다.
루파스 대사는 백 회장에게 “전쟁기념관에서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전시를 함께 열자”고 제안했다. 그리스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귀국 이후 삶과 당시의 시대상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는 또 “그리스는 한국과 지리적·역사적 공통점이 많은 나라”라며 “양국이 문화적으로도 끈끈히 이어졌으면 한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고 전쟁기념사업회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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