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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청소시킨 담임 교체 요구… 대법 “교권 침해”

입력 : 2023-09-15 06:00:00 수정 : 2023-09-14 22: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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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반복 딴짓’에 주의·징벌
학부모 아동학대 주장… 무단결석
“교사 판단 존중돼야” 원심 파기

초등학생 자녀가 학교에서 ‘벌 청소’를 했다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고 담임 교체를 요구한 학부모 행위는 교권침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교사의 재량권을 넓게 인정해야 하고, 담임 교체 같은 요구는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초등학생 학부모 A씨가 학교장을 상대로 “교권보호위원회 조치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환송하고 사건을 광주고법 전주재판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학생에 대한 교육 과정에서 한 교사의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며 “학부모의 담임 교체 요구는 비상적인 상황에서 보충적으로만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청소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건의 발단은 교실에서 운영된 ‘레드카드’ 제도였다. 2021년 4월 전북의 한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였던 B씨는 수업 시간 중 생수 페트병을 가지고 노는 A씨의 자녀에게 주의를 줬다. 아이가 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하자 B씨는 페트병을 뺏고 아이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카드’ 부분에 붙였다. 아울러 징벌 차원으로 방과 후 교실 바닥 청소를 약 14분간 시켰다.

 

이에 A씨 부부는 이날 오후 곧장 초등학교로 찾아왔다. B씨의 행위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며 교감에게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B씨에게도 직접 이 일을 따졌다. A씨 부부는 항의의 뜻에서 이튿날부터 3일간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B씨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B씨는 사건 이후 스트레스로 인한 기억상실 증세로 약 일주일간 병가를 냈다. A씨는 B씨 병가 기간에 아이를 학교에 보냈다가, B씨가 복귀하자 아이를 조퇴시키고 다시 열흘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B씨는 다시 두 달의 병가를 냈고 그제야 학생도 등교를 재개했다.

 

같은 해 7월 학교 측은 B씨의 신청에 따라 교권보호위를 열었다. 그 결과 A씨에게 ‘교육활동 침해 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을 중단하도록 권고함’이라는 조치 결과를 통지했다. A씨는 불복 소송을 냈다. 1, 2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 법원은 ‘부당한 간섭’이 맞는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심 법원은 이를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었다. 2심 재판부는 “레드카드 벌점제는 아동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침해행위이며 정당한 교육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교권보호위가 담임 교사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해 공정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뉴시스

대법원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을 규정한 헌법 31조를 근거로 학생에 대한 교육 과정은 교사의 광범위한 재량이 존재하는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보호자가 자녀의 교육에 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교육 방법의 변경 등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먼저 그 방안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교원단체는 판결에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부모의 무분별한 악성 민원과 부당 요구에 경종을 울리고 이런 행위가 명백히 교권 침해에 해당함을 밝힌 판결”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교사는 학부모의 필요와 만족도에 따라 교체되는 고용관계에 있지 않다”며 “이번 판결은 교권 보호의 큰 진전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이종민·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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