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개의 선행 연구 결과 분석
지구 한계선 9개 항목 첫 평가
생물 다양성에 대한 회복력
19세기 후반 가장 빨리 무너져
"지구는 중증 고혈압 환자" 경고
인류의 무지막지한 환경 파괴로 지구의 생명 유지를 담당하는 시스템이 대부분 안전한 활동 영역에서 벗어난 상태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린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에 따르면 지구가 존재할 수 있게 해 주는 9개 시스템 중 6개에서 ‘한계선’이 깨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활용된 이 한계선 모델은 지구 환경을 이루는 각 분야에 회복력이 유지되는 안전한 활동 범위가 정해져 있고, 이를 더 많이 벗어날수록 해당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 한계선은 돌이킬 수 없는 분기점은 아니고 위험 정도가 크게 증가하는 기준선이라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연구에 사용된 9개 분야는 △담수 △해양 산성화 △토지 시스템 등 자원 관련 항목, △생물권 보전 △생지화학적 순환 △신규 개체(유전적 다양성) 등 생물종 관련 항목, △기후변화 △성층권 오존층 △대기 중 에어로졸 등 대기권 관련 항목이다.
가디언은 이 연구가 2000개의 선행 연구 결과를 분석해 처음으로 지구 한계선 9개 항목 전부를 평가한 것이라며 지구에 대한 ‘첫 번째 종합 건강검진’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따르면 9개 지구 한계선 중 가장 빨리 무너진 것은 생물권 보전의 경계다. 이미 19세기 후반에 야생 동물 멸종으로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후변화 항목은 1980년대 후반 경계선을 넘어섰고, 담수의 경우 토양에 있는 물을 모두 포함하는 새 지표로 개정되면서 20세기 초에 경계선을 넘었다.
연구팀은 9개 항목 가운데 생물권 관련 항목과 기후변화에 해당하는 4개 항목이 전부 한계선을 한참 넘은 ‘고위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생물권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나무처럼 다른 분야에서의 물리적 변화를 보완하며 지구 전체에 회복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특히나 중요하다고 한다.
대기 중 에어로졸과 해양 산성화 항목은 경계를 돌파하기 직전이지만 아직 안전한 활동 범위 안에 있다. 성층권 오존층 항목은 2010년 오존층 파괴의 원인인 프레온 가스가 국제사회에서 퇴출되는 등 꾸준한 노력이 이뤄진 덕에 유일하게 안정적인 상태를 보였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를 이끈 캐서린 리처드슨 코펜하겐대 교수는 “지구에서 인류는 근 1만년 동안 번성해 왔지만, 이처럼 극적인 환경 변화 속에서도 이를 이어 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가 마치 중증 고혈압 환자와 같다”며 “심장마비가 꼭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커져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계선 모델을 개발한 스웨덴 스톡홀름 회복력센터의 요한 록스트룀 교수는 “지구의 복원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징후가 늘어나는 것이 가장 걱정”이라며 화석 연료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지구의 회복력을 한계까지 모는 파괴적인 농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구에서 인류의 안전과 번영을 원한다면 다시 안전한 활동 범위로 돌아와야 한다. 현재 세계는 그러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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