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4강 멤버 출신이자 파울루 벤투 감독 사단으로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도 동행했던 최태욱(42) 전 국가대표 코치가 ‘프로축구 입단 비리’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선수를 프로구단에 입단시켜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종걸(61) 안산 그리너스FC 대표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최 전 코치는 돈을 건넨 혐의로 이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됐다.
이 전 대표는 선수를 입단시켜주는 대가로 선수의 부친인 홍모씨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 대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에이전트 최모씨로부터 롤렉스 시계, 현금 등 2700만원을 수수하고, 감독으로 임명시켜주는 대가로 당시 감독대행이었던 임종헌 전 안산FC 감독으로부터 9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최 전 코치는 자신의 제자를 안산FC에 입단시키기 위해 에이전트 최씨와 공모해 이 전 대표와 임 전 감독에게 2000여 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초등학교 축구부 감독인 또 다른 최모씨도 이들에게 약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대표에게 금품을 건넨 선수의 부친 홍씨도 이날 기소됐다. 다만 검찰은 에이전트 최씨를 통해 이 전 대표에게 금품을 공여한 다른 선수의 부모는 입건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선수와 그 부모들은 상위 리그 소속팀 관계자를 알기 어려워 에이전트의 요구나 지시에 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 등을 고려해 실질적으로 피해자로 볼 여지가 있는 경우엔 입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지난 7월부터 이날까지 프로축구 구단 입단 대가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공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긴 관계자는 총 10명이다.
검찰은 지난 7~8월 임 전 감독과 에이전트 최씨 등 5명을 이미 배임수·증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 7월28일 구속기소된 임 전 감독은 이 전 대표에게 금품을 공여한 혐의 외에 에이전트 최씨와 선수 부모 등으로부터 약 1억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임 전 감독과 함께 불구속 기소된 연세대 감독 신모씨와 화성FC 구단 코치 신모씨, 숭실대 대학 감독 김씨는 에이전트 최씨로부터 각각 6000만원, 2000만원, 7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이 전 대표 등 총 5명에게 1억2900만원을 공여하고 선수로부터 프로구단 입단 대가로 2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지난달 14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5월 경찰이 불송치한 에이전트 최씨의 사기 혐의를 검토하던 중 이와 같은 프로축구 입단 비리에 대한 단서를 확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체 축구 선수 중 단 3.7%만이 프로구단에 입단하는 무한경쟁 상황에서 프로구단 입단을 대가로 금품이 오가는 ‘선수장사’의 실태를 확인했다”며 “이런 ‘선수장사’는 땀 흘려 노력하는 선수들의 희망을 좌절시키는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병폐이며 ‘선수장사’를 관행으로 가볍게 여기는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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