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버스기사가 안 간다며 손을 젓는 것을 못 본 시각장애인에게 신경질 내는 모습이 포착돼 공분을 샀다.
구독자 64만명의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을 운영하는 김한솔씨는 중증 시각장애인으로, 최근 시각장애인의 버스 탑승기가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그는 큰어머니의 심부름을 위해 버스를 두 번 갈아타야 하는 오색시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김씨는 “경기도에서 처음으로 버스를 타는 것”이라며 “내가 탈 수 있는지를 보는 거기 때문에 나를 도와주면 안 된다”고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버스가 오는 걸 어떻게 아냐’는 질문에 그는 “버스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버스 엔진 소리는 다르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비장의 무기인 ‘물어보기’ 수법을 쓸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여줬다.
이어 버스가 오자 김씨는 “이거 53번 맞아요? 제가 시각장애인”이라고 밝히며 버스에 탑승했다. 내릴 곳이 다가와 김씨가 하차벨을 누르자, 버스 기사는 이 모습을 지켜본 듯 “천천히 내리세요. 타시는 것도 대단하다”며 김씨를 배려했다.
김씨는 “정말 친절하시다. 원래 버스에서 빨리 내려야 할 것 같은 불안함이 있는데 먼저 말해주시니까 마음이 너무 편해졌다”며 “이러면 하루가 기분 좋다”고 기뻐했다.
버스 기사는 “앞문, 뒷문 다 있으니까 아무 곳에서나 내려라. 천천히 내려라. 조심히 내려라”라고 재차 친절을 베풀었다.
문제는 두 번째 버스를 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고생 끝에 두 번째 정류장을 찾은 김씨는 첫번째 버스가 도착하자 앞문 쪽에서 서성였다. 하지만 버스기사는 그런 김씨를 빤히 쳐다보더니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고 그대로 출발했다.
다음 버스가 오고 문이 열리자 김씨는 “오색시장 안 가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기사는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안 간다고”라고 말했다. 그러자 버스에 탑승해있던 승객이 “다른 거예요”라고 알려줬고, 김씨는 “다른 거예요?”라고 다시 확인했다.
곧이어 버스 기사가 “안 간다고 하잖아요!”라고 다소 짜증스럽게 소리 쳤다. 김씨가 머쓱해 하며 “아 네…”라고 말하자, 버스 기사는 “안 간다고요”라고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 후 다른 버스에 탑승한 김씨는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라고 토로했다. 이에 카메라 감독이 “(기사님이) 손을 계속 저으셨다”고 알려주자, 김씨는 “아~ 아니라고 하셨는데 내가 계속 물어봐서 기분 나쁘셨나 보다”라고 이해했다.
해당 영상이 갈무리돼 퍼지자 누리꾼들은 “문 안 열어준 ○○여객, 반말하고 소리 지른 △△여객 신고하겠다”, “친절한 기사 분들도 많지만 조그만 거에도 신경질 내는 분들도 너무 많다”, “장애인이 내 가족일 수도, 내가 될 수도 있다”며 불친절한 버스기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김씨는 바닥에 점자블록이 없는 탓에 버스 정류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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