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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머금은 김동연…육아 질의에 세상 떠난 ‘큰아들’ 떠올려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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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06 18:59:20 수정 : 2023-09-11 1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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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나이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린 큰애는 지금도 씩 웃으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날 것 같아 주위를 둘러보곤 합니다.” (김동연의 ‘시대공감’-혜화역 3번 출구)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솟구치는 눈물을 애써 머금었다. 잠시 숨을 내쉬며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지만,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듯 보였다. 미묘한 감정선의 변화는 주변을 숙연케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김 지사는 6일 도의회 본회의 도정질의에서 “지사님은 사모님이 아이를 가졌을 때 먹고 싶다, 보고 싶다 하는 것들을 어느 정도 잘 들어주셨느냐”는 장윤정(더불어민주당·안산3) 도의원의 물음에 이처럼 반응했다.

 

곧바로 답변하려 했지만, 잠시 멈추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둘째 아이 때는 그렇게 했지만, 첫째 아이 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을 아꼈다. 

 

◆ “지금도 씩 웃으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날 것 같아”

 

김 지사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챈 건 한참 뒤였다. 장 의원이 다시 ‘아이의 출산 과정을 지켜봤느냐’는 취지로 묻자, 이번에도 감정을 추스르며 “둘째 아이 때는 태어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지만, 첫째 아이 때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의 이날 질의는 출산·육아에 관한 도의 지원과 정책을 묻기 위한 자리에서 나왔다. “넷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장 의원이 서먹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일종의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꺼낸 질의였으나, 아픈 가족사를 떠올린 김 지사는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

 

그의 가족사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집중적으로 알려졌다. 선거전에 뛰어든 김 지사가 “하늘에 있는 큰아들에게 줄 기회를, 경기 청년들에게 주고 싶다”며 2013년 백혈병으로, 28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첫째 아들의 사연을 공개한 때문이다.

 

아주대 총장을 지낸 김 지사는 큰아들의 사망 이후 “청년들 속에서 네 모습을 찾고 싶다”며 다양한 청년 정책을 시도해왔다. “34년 공직에 있으며 최선을 다한 건 네가 자랑스러워했던 공직자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나중에 꼭 만날 거야”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김동연 지사의 두 아들이 함께 찍은 사진. 김동연 경기도지사 선거캠프 제공

◆ 세월호 사건 당시 국무조정실장…“간절한 그리움 누가 알까” 위로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망설이다 골랐다”며 군복을 입은 장성한 둘째 아들이 장남의 묘지에서 찍은 사진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사진 속에 저의 두 아들이 있는데 군복을 입은 녀석이 둘째고, 액자 속에 있는 녀석이 큰아들”이라고 소개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하던 2014년 5월에는 한 일간지 칼럼에서 자식 잃은 슬픔을 언급하며 ‘세월호 사건’의 유가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그는 “병원 가는 길인 혜화역 3번 출구는 가슴 찢는 고통을 안고 걷는 길이 돼 버렸다. 서로 마주 보는 두 길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탄식이 나오곤 했다”며 “정말 꽃 같은 학생들이 세월호 사고로 희생됐다”고 했다.

 

이어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남몰래 눈물을 닦았다. 아내는 너무 울어 눈이 퉁퉁 부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떠난 자식에 대한 애절한 마음과 간절한 그리움을 누가 알까. 자식을 잃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알 수 없는 고통일 것”이라고 적었다.

 

김 지사는 이  글을 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던 박근혜 정권의 공직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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