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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비대면진료… 의사들 ‘손사래’ 플랫폼 ‘줄철수’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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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9-04 06:00:00 수정 : 2023-09-04 05: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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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진·약배송 허용 결국 불발

9월부터 지침 위반하면 행정처분
초·재진 구분 등 규제시스템 부재
의료기관 진료거부 두달새 2배 늘어

“섬·벽지 거주자엔 초진 확대 필요
약배송 금지 과해… 日·佛 등도 허용
플랫폼, 의사 행정부담 해결에 최적”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1일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진료 대상 확대와 약 배송 등에 대한 논의가 지지부진해 ‘반쪽짜리’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제화 논의는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왔고, 시범사업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진료 대상 논의는 계도기간이 끝날 무렵에야 본격화됐다. 기존 업계 반발과 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제 강화 기조 탓에 사업을 중단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법 개정안이 이른 시일 내 통과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대면진료 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시행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이 지난달 끝나면서 앞으로 시범사업 지침이나 의료법 위반 사례에 대해 행정지도·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정부는 불법 비대면진료 신고센터를 운영해 초진 허용 예외 대상이 아닌 환자에게 비대면으로 초진하거나 진료하지 않은 환자에게 약 처방을 하는 등 의료기관의 지침 위반 의심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시범사업 지침이 명확하지 않고, 초·재진 구분 등 불법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아 플랫폼 업체와 의료기관의 부담은 커진 상태다. 앞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의료기관이 비대면진료 요청을 거부한 사례가 6월 34%에서 7월 42%, 8월 60%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비대면진료 업체들은 이미 사업을 종료하거나 재편하고 있다. 업계 1위인 닥터나우는 사업을 축소하고 2위인 나만의닥터는 지난달 30일부로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종료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된 가운데 지난 5월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의사가 비대면진료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비대면 초진 가능한 섬·벽지 대상 확대”

 

비대면진료 대상 범위를 두고는 의사 등 공급자단체와 환자 등 수요자단체, 플랫폼 업체 간 이견이 크다. 논의를 거치면서 초진 허용 대상을 확대하고 재진 범위도 다소 수정하는 데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1년 이내, 그 외 환자는 30일 이내 같은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질환으로 추가 진료를 받을 경우에만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 섬·벽지 거주자와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자 등은 예외적으로 비대면 초진이 허용된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관계자는 “만성질환자 진료 가능 기간 1년은 90일 정도로 줄이고, 그 외 질환 ‘30일 이내’는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초진을 허용하는 섬·벽지 거주지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여러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비대면진료 허용 대상은 협소하다고 평가된다. 김대중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낸 ‘비대면진료 국내 현황 및 국외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의사·환자 간에 영상통화 등 충분한 증상 및 의학 정보 등에 대한 상담을 했을 경우 비대면 초진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도 원칙적으로 모든 의료 상황을 비대면진료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선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 섬·벽지 거주지의 경우 ‘보험료 경감 고시’ 별첨1에 규정된 곳만 해당하는데, 거주지가 큰 차이 없는데도 대상 환자에서 빠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관련 지역이 같은 섬이더라도 일부만 포함되거나 약간의 차이로 벽지 지역인 리·마을 단위에 들어오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공중보건의 배치 지역을 초진 허용 기준으로 넓히는 방안도 거론된다.

◆약 배송 오·남용 막아야… 금지는 과해

 

약 배송과 관련해선 약사단체와 플랫폼 업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최헌수 대한약사회 대외협력실장은 “오배송과 오염이나 분실, 파손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하고, 환자의 약국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비대면진료 관련 논의는 진료 접근성은 강화하되 안전성은 높이는 걸 중심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약 배송을 금지하면 비대면진료를 시행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비대면진료는 약 배송과 연계되지 않으면 실익이 크게 없다”고 했다. 약 처방 오·남용 문제의 경우 비대면진료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제도로 보완할 사안이지 전면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반의약품 배송을 금지한 나라도 몇 군데 없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은 일반용의약품의 경우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모두 인터넷 판매가 가능하다”며 “처방 의약품의 경우 2020년 9월 약기법 개정 이후 원격 복약 지도를 허용했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환자가 지정한 배달업체도 환자 가정에 의약품을 배송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플랫폼은 도구, 최적 활용법 찾아야

 

국회 논의가 플랫폼 업체를 배제하는 식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자문단 관계자는 “플랫폼은 도구일 뿐 목적이 될 순 없다”면서도 “시범사업이 본사업에 들어오면 플랫폼에서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필요하다”고 했다. 이슬 원산협 사무국장은 “플랫폼의 순기능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플랫폼은 나쁘니까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약사 출신인 전혜숙 의원이 “비대면진료에 플랫폼은 필요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업계는 “의사들도 비대면진료 시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맞선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들은 △비용 수납 어려움 △환자 확인 불가 △처방전 발송 문제 등을 우려점으로 꼽았다. 이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가 플랫폼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들이다. 전화를 이용할 시 의사나 환자가 직접 해야 하는 행정 부담을 플랫폼이 줄여 준다는 의미다. 약 처방 오·남용 등 허점에 대해서도 이 사무국장은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에서 마약류 등 처방이 금지된 약품에 대해 처방을 막으면 된다”며 “처방전도 위·변조되지 않게 코드화 처리해서 약국에 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한·이지민·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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