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곳 중 4곳 10년 새 역대 최저
기후변화로 강우량 크게 줄어
캔자스주 곡창지대 피해 확산
전 세계적 밥상 물가 상승 우려
주택건설 중단·싱크홀 부작용
미국 수자원의 약 90%를 담당하는 지하수가 빠르게 고갈되고 있어 향후 미 농업 생산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기준 세계 옥수수 수출의 23%, 대두 수출의 32%를 담당하는 미국 농업이 타격을 입으면 전 세계적인 밥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NYT가 미 전역 8만4544개 지하수 관측 우물의 1920년 이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 중 절반에서 지난 40년 동안 수위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우물 10곳 중 4곳은 최근 10년 새 역대 최저 수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관측 사상 가장 많은 수의 우물이 역대 최저 수위를 경신했다.

특히 기후변화로 강우량은 줄고, 대규모 관개농업이 축적된 지하수를 소모하면서 농업지대를 중심으로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지만 예로부터 강우량이 적어 지하수에 의존해 온 캔자스주는 벌써부터 지하수가 함유된 지층(대수층)이 바닥나기 시작해 관개농업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 나오고 있다.
미 서부에서는 중앙에 스프링클러를 두고 분당 수백 리터의 물을 쉬지 않고 뿌리는 원형관개농업을 통해 옥수수 재배량을 크게 늘려왔다.
하지만 캔자스 땅의 절반인 약 260만에이커(1만500㎢)를 감당하는 오갈랄라 대수층이 고갈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캔자스주 위치타카운티의 옥수수 농가 상당수가 관개농업에서 자연 강우에 의존하는 건조지농사로 전환해야 했고, 1990년대 1에이커당 평균 165∼175부셸(약 5000∼5200㎏)이었던 옥수수 생산량도 지난해 70.6부셸(약 2100㎏)까지 떨어져 6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캔자스 지질조사국은 오갈랄라 대수층의 4분의 1 이상이 대규모 관개농업을 위한 최소 임계치에 도달해 있어 이 지역이 근시일 내로 관개농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NYT는 미국에서 지하수 사용에 대한 연방 정부의 규제가 거의 없고, 각 주마다 규칙이 난립해 텍사스·오클라호마·콜로라도주 등에서 사실상 지하수가 고갈될 때까지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하수 고갈은 균열·싱크홀 발생, 주택 건설 중단, 식수 부족을 야기하는 등 농업 외 분야에도 타격을 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메릴랜드주 찰스카운티의 계획 관리 담당 제이슨 그로스 부국장은 “(대수층) 대부분은 수천 년 된 것이다. 월요일에 비가 내리면 토요일에 채워지는 게 아니다”며 “찰스카운티는 10년 안에 물 부족 사태가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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