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병 생활로 휴직 중인 경찰관이 예리한 촉으로 보이스피싱범을 잡았다.
29일 경찰청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북 익산시 한 은행에서 보이스피싱범이 검거되는 폐쇄회로(CC)TV를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지난 3월30일 오후 익산 한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앞에서 30대 남성이 두리번거리면서 불안한 듯 다른 사람에게 차례를 자꾸 양보했다.
남성은 개인 볼일 때문에 들린 청주상당경찰서 소속 정세원 순경에게도 “입금이 오래 걸리니 먼저 하시라”고 양보했다. 정 순경은 보이스피싱 수사를 하는 지능범죄수사팀 근무 이력이 있었기에 남성에게서 수상함을 감지했다.
정 순경은 남성이 다급하게 휴대전화를 숨기는 듯한 모습에 공무원증을 꺼내들었다. 경찰임을 알린 뒤 어디로 입금하는지 묻자 남성은 “나는 잘 모르니 담당 직원이랑 통화해 보라”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하지만 전화 속 인물도 얼버무리며 급히 전화를 끊어버렸고, 이에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확신한 정 순경은 즉시 112에 신고했다. 곧 출동한 경찰은 남성을 현행범으로 검거, 남성에게서 회수한 1700만원은 피해자에게 돌려줬다.
당시 정 순경은 지난해 10월 대장암 4기를 진단받고 휴직한 뒤 고향 익산에 머무르며 항암치료를 받던 상황이라 걷기도 힘든 상태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남성의 도주를 우려해 다른 경찰이 올 때까지 말을 걸며 남성을 심적으로 압박했다.
정 순경은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먼저 하시라’는 한마디에 느낌이 왔다”며 “휴직 중이지만 경찰관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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