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에 8㎝ 회충 ‘꿈틀’…건망증·우울증으로 병원 간 60대 女 수술 중 벌레 발견

60대 여성 뇌 속에서 발견된 8㎝ 기생충.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 캡처

호주에서 건망증과 우울증을 앓던 60대 여성의 뇌 속에서 살아있는 벌레가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출신 여성 A씨는 복통, 설사, 발열 등의 증상을 호소하다 2021년 1월 지역에 있는 캔버라 병원에 입원했다.

이듬해 여성은 건망증과 우울증 증세도 보이기 시작,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수술을 집도한 신경외과 의사 하리 프리야 반디는 수술 중 환자의 뇌에서 8㎝ 길이의 기생충이 꿈틀대고 있는 걸 발견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이 기생충을 ‘오피다스카리스 로베르시’라는 회충으로 확인했다. 주로 비단뱀(python) 체내에서 발견되는 회충으로, 사람 몸에서 나온 건 세계 최초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실제, 여성은 비단뱀이 주로 서식하는 호수 인근에 살면서 자연 속 풀을 채집해 요리에 사용했다. 비단뱀 배설물을 통해 풀에 묻은 회충을 여성이 직간접적으로 섭취하면서 감염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호주국립대 전염병 전문가 산자야 세나나야케는 또 다른 유충이 간 등 다른 기관에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치료를 진행했다. 참고로, 기생충이 뇌나 얼굴 부분까지 침범한 경우에는 구충제로 박멸 효과가 없다는 보고가 있다.

세나나야케는 “여성의 사례는 동물과 사람의 서식지 교차가 이어지는 가운데 동물에게서 감염되는 질병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A씨에게서 발견된 회충은 사람 사이에서 전염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