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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시아계 女 복잡한 정서 녹인 ‘발칙한 코미디’

입력 : 2023-08-29 19:29:57 수정 : 2023-08-29 19: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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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이 라이드’

애슐리 박·스테파니 수 등 연기 주목
통념 파괴 더불어 K팝 위상 보여줘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 발칙한 코미디 영화는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마라맛’, 혹은 ‘불닭볶음면’ 정도 되는 수위로,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솔직한 성적 취향과 음담패설을 보여준 ‘사만다 존스’를 조신한 여성으로 느끼게 할 만큼 과감한 대사와 행동을 남발한다.

‘조이 라이드’(사진)라는 제목부터 수상한 영화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각본을 쓴 아델 림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어린이 동화와 성인 동화 모두를 쓸 수 있는 각별한 재능의 이 말레이시아계 여성 감독은 ‘오드리’ 역에 한국계인 애슐리 박, ‘롤로’ 역과 ‘데드아이’ 역에 중국계인 셰리 콜라, 사브리나 우, ‘캣’ 역엔 대만계인 스테파니 수를 출연시켜 미국 아시아계 여성의 복잡한 정서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영화는 백인 일색의 시애틀 외곽 마을로 이사를 온 중국계 이민자 가족의 딸 ‘롤로’와 백인 부부의 입양아인 ‘오드리’의 우정으로 시작된다.

‘롤로’는 동양인 비하 표현인 ‘칭챙총’을 입에 담는 백인 남자아이에게 주먹을 날리거나 거친 욕도 서슴지 않는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어린이 놀이터를 남녀의 성기로 표현하는 돈 안 되는 ‘음란마귀’ 아티스트가 된다. 중국인 입양아로 놀림의 표적이었던 소심한 성격의 오드리는 ‘절친’인 롤로의 보호와 격려 속에 우등생으로 학업을 마치고, 전형적인 미국인 남성으로 가득한 법무법인의 변호사가 된다.

오드리는 중국인 사업가와 계약을 성사시키면 파트너로 승진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롤로와 함께 중국 출장길에 오르고, 여기에 롤로의 사촌으로 K팝 ‘찐 팬’(진짜 팬)인 ‘데드아이’와 중국 현지에서 배우로 활동 중인 오드리의 대학 동기 ‘캣’이 합류한다. 섹스광인 ‘캣’은 잘생긴 남자 배우와 연애 중인데, 자신의 흑역사를 숨긴 채 혼전순결을 지켜야 한다며 육체적 관계를 멀리해 친구들을 놀라게 한다.

이 네 사람의 만남과 함께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중국인 사업가는 뿌리를 모르는 사람과는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하고, 오드리는 예정에도 없던 친모 찾기에 나선다. 그들의 여정은 마약과 남자들로 혼돈에 빠지고, 간단해 보이던 여정은 중국 시골과 지방 도시를 거쳐, 한국까지 이어진다.

웃기면서도 진지한 이 영화의 힘은 능청스럽고 탁월한 배우들의 연기에서 나온다. 캣 역의 수는 올해 오스카상을 휩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주인공의 딸 조이 왕 역을 맡아 여우 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다른 배우들도 이미 연기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는 미국계 아시아 여성에 대한 통념의 파괴와 함께 쇼킹한 방식으로 K팝의 위상을 보여준다.

콜라는 롤로 역에 대해 “롤로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모두 예상하지 못한 것들인데, 이는 아시아 여성들이 오랫동안 갇혀 있던 ‘복종적’이고 ‘소심한’ 사회적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신선하다”고 말했다.

마음껏 웃고 덤으로 일부 감동까지 느낄 수 있는 영화지만, 내용에 대비하지 못한 관객은 마약 흡입과 성적인 장면에 당황할 수도 있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엄형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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