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상원의원 몽니에 인준 ‘올스톱’
‘軍 서열 1위’ 합참의장도 공석 가능성
미군 수뇌부의 공백 사태 장기화에 미 국방부가 강한 위기감을 드러내며 상원을 향해 “고위 장성들 인준을 서둘러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이대로 가면 오는 9월 말 임기가 끝나는 마크 밀리 합참의장(육군 대장)조차 후임자 없이 물러나게 되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15일(현지시간) 미 국방부는 홈페이지에 펜타곤(국방부 청사) 복도의 벽에 내걸린 합동참모회의 구성원들 얼굴 사진을 올렸다. 합참의장, 합참차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우주군 참모총장 그리고 주(州)방위군 총감 8명이 합동참모회의 구성원인데 지금은 5명뿐이다. 육·해군 참모총장과 해병대사령관이 공석이기 때문이다.

미군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합동참모회의가 정원 8명 중 3명이 결원인 채로 운영되는 파행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합참 주임원사인 레이먼 콜론-로페즈 공군 원사는 “매일 아침 펜타곤 복도를 걸으며 합동참모회의 구성원들 얼굴 사진이 든 액자 앞을 지나쳐 왔다”며 “합참 주임원사가 된 지 4년 만에 처음으로 요즘 빈 액자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며 “각군의 최고 지휘관으로 지명된 이들이 어서 정식으로 취임해 자신이 속한 군의 장병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육군과 해군은 랜디 조지 참모차장(대장), 리사 프란체티 참모차장(대장)이 각각 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운영 중이다. 해병대 역시 지난 7월부터 에릭 스미스 부사령관(대장)에 의한 사령관 직무대행 체제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 대장과 프란체티 대장 그리고 스미스 대장을 각각 차기 육군참모총장, 해군참모총장 그리고 해병대사령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하지만 상원의 인준 절차가 하염없이 지연되면서 언제쯤 임명동의안이 통과될 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상태다.
현재 상원의 인준 보류로 진급 또는 보직 이동이 가로막힌 군 고위 장성은 무려 300명이 넘는다. 앨라배마주(州) 출신으로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토미 튜버빌 상원의원(공화당)이 국방부의 낙태 관련 정책을 들어 고위 장성들의 임명동의안 통과를 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튜버빌 상원의원이 문제삼는 것은 낙태가 금지된 주에 거주하는 군인들한테 낙태를 위해 다른 주로의 휴가 기회를 보장함은 물론 여행 경비까지 지급하도록 한 국방부 지침이다. ‘낙태는 불법’이란 소신이 확고한 그는 국방부에 해당 지침 폐기를 종용하고 있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고위 장성 인사를 모조리 봉쇄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최근 튜버빌 상원의원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군 지휘부의 공백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설명하고 신속한 인준 절차 진행을 요구했으나 긍정적 답변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오스틴 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휘권의 교체가 원활하지 않으면 미군의 대비 태세와 전투력을 유지하는 데 차질이 생긴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며 상원과 공화당 그리고 튜버빌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펜타곤 안팎에선 이러다가 합참의장까지 공석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밀리 현 의장의 임기는 9월 말까지다. 현재 찰스 브라운 공군참모총장(대장)이 차기 합참의장 후보자로 지명된 상태이나 상원의 인준 여부는 불투명하다. 만약 밀리 의장의 퇴임 시점까지 브라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면 합참은 한동안 크리스토퍼 그래디 합참차장(해군 대장)에 의한 의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1949년 합참이 창설된 뒤 합참의장이 공석이 된 것은 1993년 콜린 파월 의장에서 존 샬리카시빌리 의장으로 교체될 당시의 1개월 남짓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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