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훈련소 초청해 48시간 체험 프로그램 제공
퇴소 앞서 명예 수료증 수여… "해병으로 인정"
미국 해병대 신병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어엿한 한 명의 해병대원이 되기까지 꼭 13주일 걸린다. 그런데 13살 소년이 불과 이틀 만에 이 과정을 이수하고 수료증을 받아 눈길을 끈다. 해병에 남다른 애정을 지니고 있으나 희귀병에 걸려 군에 입대할 수 없는 어린이를 위해 해병대가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 것이다.

11일(현지시간) 미 해병대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州)에 사는 케이드 라일스는 ‘낭포성 섬유증’이란 병을 갖고 태어났다. 체내에서 점액이 너무 많이 생산돼 폐와 이자에 이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화효소가 소장에 도달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9만명가량 되는 희귀병으로, 이제야 치료제가 개발되기 시작한 단계다. 낭포성 섬유증 환자는 평균 30대 초반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라일스에겐 꿈이 하나 있다. 해병대 생활을 체험해보는 것이다. 라일스의 부모에 따르면 그의 할아버지 형제들 가운데 한 명이 해병대원이자 참전용사였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이를 알게 된 라일스는 해병대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해병대원 특유의 자부심과 전우애에 매료됐다”고 했다.
건강상 이유로 군인이 될 수 없는 라일스를 위해 미 해병대가 나섰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해병대 신병훈련소로 그를 초청해 48시간의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키로 한 것이다. 라일스는 부대에 도착한 첫날 집으로 전화해 무사히 입소했음을 알렸다. 그리고 곧장 해병대 훈련복으로 갈아입고 달리기, 무술 등 기초 훈련을 받았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진짜 훈련병들 사이에 끼어 해병대원의 자세와 긍지를 주제로 한 훈육관의 강연도 들었다.

전역한 해병대 장병 등으로 구성된 미 해병대협회는 체험 프로그램 이수를 모두 마친 라일스에게 ‘명예 해병대 훈련병’(Honorary Marine Private) 수료증을 수여했다. 이로써 라일스는 샌디에이고 해병대 신병훈련소의 명예 수료생이 되었다. 수료증에는 라일스의 이름과 함께 “해병대 신병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는 동안 보여준 높은 수준의 노력과 탁월한 성취를 평가해 이 증서를 수여한다”는 격려의 문구가 적혔다. 라일스의 부모는 “아들의 질병은 만성적이고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우린 여전히 맞서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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