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에 1억엔(약 9억2000만원)’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의 포켓몬(일본 게임 캐릭터로 ‘포켓몬스터’의 줄임말) 카드 전문점 하레루미세2에서 ‘전설’로 불리는 카드에 붙인 가격이다. 같은 종류의 카드가 2억엔(18억4000만원)을 호가한 적도 있었다. 통상 5장을 180엔(1600원)에 살 수 있는 것이 어떻게 이런 가격에 유통되고 있는 것일까.
요미우리신문이 희귀성이 큰 포켓몬 카드는 1억엔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등 가격 급등이 계속되는 데 대해 “포켓몬 카드 버블(거품)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9일 보도했다.

전설이라 불리는 것은 ‘포켓몬 일러스트레이터’다. 1990년대 한 잡지사가 연 일러스트레이트 대회 수상자에게 준 것이다. 당시 39장만 제작, 배포돼 희귀성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예전부터 100만엔(920만원) 정도에 거래될 만큼 인기가 높았는데 2021년 미국의 한 유튜버가 흠없이 보관상태가 좋은 이 카드를 530만 달러(약 70억원)에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하레루미세2는 지난해 12월 시가, 카드 상태 등을 고려해 1장에 2억엔(18억4000만원)의 가격을 책정했다가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자 현재 1억엔으로 낮췄다.
포켓몬 카드의 시작은 1996년 발매된 카드 게임이다. 포켓몬 캐릭터가 그려진 카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각 캐릭터의 전투력을 견주며 논다. 요미우리는 “카드는 이전부터 게임 이용자,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며 “최근에는 카드를 사모으는 유튜버들의 영향으로 이전보다 가격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혹은 복권 개념으로 카드를 사는 사람들이 늘었다. 지금 사지 않으면 이후에 가격이 더 오를 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가격이 높아도 구매에 나서고, 파는 쪽은 이런 상황을 활용해 가격을 더욱 높인다. 하레루미세2 직원은 “이 세계에서는 ‘팔린 가격’이 큰 의미를 가진다”며 “일단 판매실적이 생기면 그 가격에 시세가 형성되고 그것을 기준으로 가격이 정해진다”고 말했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포켓몬 카드를 노린 절도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8일 시스오카현 후지에다시의 한 가게에서는 100장 이상의 카드를 훔쳐간 사건이 있었다. 피해액은 100만엔(910만원)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는 야마나시현 후지요시다시에서는 190만엔 상당의 현금과 함께 카드 16장을 훔친 사건이 발생했다.
요미우리는 “포켓몬 카드는 젊은층을 점차 흡수하고 있어 인기가 시들지 않고 있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하며 “과열된 포켓몬 카드 버블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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