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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체벌·차별’ 시대 지난 지 오래… 분노·편견으로 교사 바라보는 일은 없어져야” [긴급점검-교사들의 호소⑥]

, 긴급점검

입력 : 2023-07-28 20:00:00 수정 : 2023-08-08 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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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년차 초등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전국 교사들의 애도와 분노가 들불처럼 일고 있다. 그의 죽음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정에 교사들은 거리에 나와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우리 모두의 일이다. 현장에서는 더한 일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말 그렇게까지 많을까?’ 의구심이 들어 초등교사인 지인들에게 물었다. 하나같이 ‘정말 그렇다’고 했다. 그중 한 교사는 “동료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보내온 A4용지 20페이지 분량에는 상상 이상으로 암울한 현장이 담겼다. 이 교사들은 “이제는 제발 바꿔달라”며 절절하게 호소했다. 모든 문장에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교육당국과 정치권 등이 부랴부랴 내놓고 있는 개선안, 대책 등이 얼마나 현장과 동떨어진 공염불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상의 기사나 인터뷰로는 그들의 진정성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생각 끝에 교사 7인이 보내온 답변을 그대로 독자에게 전하기로 했다. 문답형식으로 각자 답변한 내용만 정리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22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 광통교 인근에서 열린 전교조 긴급추모행동에서 한 참가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⑥남/5년차/경기도

 

1. 1학년 담임은 왜 어려운가요. 학생 때문인지 학부모 때문인지요.

 

“1학년은 사실상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교육적 성격이 아닌 보육과 돌봄이 주가 되어 버린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습니다. 수시로 전화와 문자를 받아 노이로제 걸릴 지경입니다.”

 

2. 1학년 학부모들은 대체로 어떤 민원을 하는가요. 가장 당황스러운 민원을 받은 경험은 무엇인가요.

 

“수업시간 중간 본인 아이의 약을 먹여달라고 하는 둥, 심지어 볼일을 볼 때 뒤처리까지 부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을 뒤에 얹고 교육 이외의 영역까지 당연히 교사의 영역이라고 치부하여 무리한 부탁을 하는 학부모님들이 문제입니다.”

 

3. 최근 과도한 학부모 민원이 많아진 이유가 뭐라고 보시는가요.

 

“- 아동학대 법 및 학생인권조례의 애매모호한 표현과 교사를 보호해줄 수단의 부재로 명백한 갑을 관계의 형성

 

- 내 아이는 절대로 손해보면 안된다는 학부모의 생각

 

- 민선 교육감의 표를 위한 교육정책(교육에의 아동 보육 추가, 아침 식사 제공, 저녁 8시까지 보육 등 학교 실정을 고려하지 않는 망상)

 

- 교육부, 교육청, 학교의 철저한 위계로 학교는 명령을 전달받고 수행하는 존재로 전락, 하지만 공문에는 자율성을 강조하며 책임 전가.

 

- 관리자와 승진 희망자들의 점수를 위한 말도 안 되는 교육정책의 수용(다 받아줌, 안 받아주면 인사에 큰 영향을 미침)

 

- 또한 관리자는 승진희망자인 교사들에게 평가를 받고 서로서로 견제하며 교육청의 말을 듣는 구조가 이뤄짐.

 

ex) 관리자가 사업을 벌이고 싶어함, 승진희망자는 자신의 인사평가를 위해 관리자의 말에 절대 복종 or 승진희망자가 점수를 위해 사업을 가져오고 싶어함. 관리자는 사업을 허락하지 않을 경우 비합리적인 반려로 교사 평가가 안 좋아짐.

 

- 교사는 명령의 수행하는 소모품이라는 교육청, 교육부 관계자들의 생각

 

- 국민이 경험한 학교라는 장소의 부정적인 경험.

 

- 우리 아이가 겪게 되는 일이 자신이 경험했던 교사들의 생각과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함(70~80년대의 심각한 체벌, 차별, 촌지 등등)”

 

4. 교사에 대한 민원이 발생했을 때 학교 관리자들은 어떤 도움을 주는가요.

 

“- 교사의 심리적 코칭(좋은 관리자를 만났을 경우)

 

- 왜 민원이 발생하였는지 교사의 사과로 무마하려함

 

- 특별한 도움이 없음

 

- 교권보호위원회라는 제도가 있긴하지만 유명무실함

 

- 학생, 학부모의 민원에 교사를 보호해줄 법이 없음. 의무교육 대상자이기 때문에 교실에서 분리자체가 불가능, 교사는 책임자로서 교실에서 나갈 수 없음. 가해 피해자가 한 장소에 존재하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짐.”

 

5. 학생들 간의 갈등이나 폭력이 일어났을 때 담임교사나, 학폭 담당 교사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가요. 

 

“- 소리치기, 잡아서 떼어놓기 등의 공포심을 유발하거나 신체적 접촉이 이루어지면 아동학대로 신고될 가능성이 있음, 제지의 방법이 없습니다. (웃으면서 그만하세요~)

 

- 사안조사는 담임교사에 의해 가장 먼저 이뤄지게 되는데,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불리한 말은 숨기고, 거짓말하고 유리한 말은 부풀려서 말함.(초등학교 1학년도 그럽니다.)

 

- 하지만 남에게 벌어진 일에는 표현이 어려움(증인확보가 굉장히 어려움)

 

- 갈등 사안에서 절대적 피해자 가해자가 존재하더라도, 피해자가 손톱만큼이라도 잘못이 있다면(짜증을 냈다든지, 살짝 잡았다든지, 무시했다든지 등 포괄적으로 가해자의 문제 행동이 나오게끔 기분 나쁘게 하는 요소가 있었다면) 차별에 관한 민원 발생으로 가해자만 혼내는 것은 불가능

 

- 아이에게 손해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되면 온갖 방법으로 교사에게 협박을 가함.

 

- 학교폭력위원회에는 피해자가 납득할 수준의 징계가 없음(대부분 서면사과, 초등 최대징계 전학)

 

- 그마저도 졸업하면 다 지워짐(도대체 누가 만든 법인지 모르겠음)

 

- 학부모와의 싸움으로 번지게 될 경우 법적 싸움으로 번지게 되고 자료 제출은 결국 교사의 몫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이 된 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6.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교권 침해, 각종 과도한 학부모 민원 내용이 실제 일선 학교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인가요. 

 

“- 그런 학부모의 자녀가 학교에 1명이라도 입학하는 순간 초등 6년 내내 있을 일입니다.

 

- 결국 그런 학부모를 만나느냐 안 만나느냐 확률 싸움임. 심하면 평소에도 매일 전화해서 자질구레한 심부름(애 약 먹여주세요, 화장실 잘 가나 확인해주세요. 등)

 

- 최소 학급당 1~2명은 있음, 학군마다 다르겠지만, 강남, 동탄 같은 신도시에 많다고 이야기함.

 

- ㅇㅇㅇ학부모는 조심해라 라는 이야기를 계속 하지만 결국 비위 잘 맞추라는 얘기밖에 안 됨.”

 

7. 학부모와 교육당국에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은 무엇인가요.

 

“학부모님께는 교사에 대한 믿음을 가져주십사 싶습니다. 교사는 적폐집단이 아닙니다. 학부모님들께서 경험하셨던 때리고, 차별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학교의 모습 그 것을 나의 아이가 답습할 것이라는 불안감은 잘 이해합니다. 하지만 과거 촌지를 받고, 체벌을 하고, 차별하는 시대는 이미 지난지 오래입니다. 그 분노와 편견으로 교사를 바라보는 일은 없어져야 합니다.

 

교육당국에 말합니다. 모두의 생각이 다른 현대사회에 교사에 적대적인 사람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또는 악성 민원인의 행위가 자신에게 큰 손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주십시오.

 

교사들의 고군분투를 이해해주십시오. 그리고 지켜주고 도와주십시오. 저희의 말을 귀 기울여 주십시오. 학부모들의 민심을 사기 위한 교육정책을 멈춰주시고 진짜 교육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주십시오.”


정리=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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