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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힘들면 ‘아동학대’…“교육할 힘을 주세요” [긴급점검-교사들의 호소②]

, 긴급점검 , 이슈팀

입력 : 2023-07-26 21:00:00 수정 : 2023-08-08 15: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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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분실해 아이 속상하니 하지마…과도한 참견
“충격적이지 않아…부모들 ‘잘못된 사랑’ 악순환”
가·피해 부모 모두 “교사 뭐했나?” 심리적 압박
누군가 책임으로 종결 안돼…“본질은 무너진 교육”

서울 2년차 초등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전국 교사들의 애도와 분노가 들불처럼 일고 있다. 그의 죽음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정에 교사들은 거리에 나와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우리 모두의 일이다. 현장에서는 더한 일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말 그렇게까지 많을까?’ 의구심이 들어 초등교사인 지인들에게 물었다. 하나같이 ‘정말 그렇다’고 했다. 그중 한 교사는 “동료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보내온 A4용지 20페이지 분량에는 상상 이상으로 암울한 현장이 담겼다. 이 교사들은 “이제는 제발 바꿔달라”며 절절하게 호소했다. 모든 문장에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교육당국과 정치권 등이 부랴부랴 내놓고 있는 개선안, 대책 등이 얼마나 현장과 동떨어진 공염불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상의 기사나 인터뷰로는 그들의 진정성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생각 끝에 교사 7인이 보내온 답변을 그대로 독자에게 전하기로 했다. 문답형식으로 각자 답변한 내용만 정리했다.  

 

②비공개/2년차/비공개

 

1.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교권 침해, 각종 과도한 학부모 민원 내용이 실제 일선 학교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인지요?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교사라면 크든 작든 민원 문제를 한 번씩은 겪어보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뉴스를 봐도 ‘어머,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충격적이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내 옆에 있는 동료 교사가, 그리고 내가 늘 겪고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2. 과도한 학부모 민원이 많아진 이유가 뭐라고 보시는지요?

 

“첫째, 교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이기 때문에 내 자식이 중요하고, 내 자식이 걱정되는 것, 내 자식에게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사랑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하는 학부모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감당하고 있는 교사를 보호해줄 장치는 없습니다. 그래서 학부모는 멈추지 않고 계속 잘못된 방식으로 그 사랑을 표현합니다. 이것이 악순환되면서 과도한 민원이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학부모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교육청에서도 학부모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교육들은 자녀의 학습 또는 평생교육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습니다. ‘학부모로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어떠한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학교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교육해주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것은 온전히 자율적입니다. 필수 이수해야 하는 교육은 없는 것입니다. 학부모가 학교의 역할, 교사의 역할, 학교와 소통하는 방법 등을 교육한다면 과도하게 민원을 넣고 과도하게 자신의 아이만 생각하는 방식이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이유, 아동학대법의 오남용입니다. 현재 많은 선생님들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아동학대라는 것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이유든 아이가 정서적으로 힘들어 한다면 모든 것이 아동학대가 되는 실정입니다.”

 

25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시민들이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3.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주십시오.

 

“학부모로부터 ‘칭찬과제를 아이가 분실했다. 이걸로 스트레스 받지 않게 해달라. 아이가 힘들어 해서 속상하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가정 내에서 서로 칭찬하고 그것을 기록하는 활동을 진행했는데, 기록지를 잃어버린 아이가 속상해하므로 그런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체육시간에 아이가 걷고 와서 힘들다는데 학교에서 이러는 거 아동학대 아니냐’는 문자도 받았습니다. 체육시간 중 자율적으로 운동량을 정해 실천해보도록 지도했는데, 아이가 열심히 활동한 뒤 집에 가서 배가 고프다고 하니 학부모가 항의한 것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은 당연하게 ‘우리 아이가 힘들어하니까 이런 교육활동은 하지 말아라. 이게 무슨 도움이 되냐, 이 활동은 아동학대가 아니냐’고 이야기 합니다. 이런 민원전화에 상처받은 선생님들은 교육활동에 적극적·열정적으로 참여하지 않게 되는데, 그러면 아동방임이라고 합니다. 방임도 아동학대에 속합니다. 즉, 교사의 모든 활동이 아동학대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부모가 더 당당하게 민원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것이 아동학대가 된다는 것처럼요.”

 

4. 교사에 대한 민원이 발생했을 때 학교 관리자들은 어떤 도움을 주는지요?

 

“대부분의 교사들은 민원이 들어오면 다 교사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해 혼자 끙끙 앓고 해결하려고 혼자 노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가 민원을 해결하지 못하면 교사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교사들이 학교 관리자들에게 사사로운 민원까지 보고를 하지 않습니다. 사건이 커져 혼자 감당하기 어려우면 관리자들은 학부모와의 면담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교사의 입장에서 교사를 보호해주는 발언이 아니라 학부모를 그냥 달래서 보냅니다. 교사를 보호해주는 발언은 학부모의 화를 더 돋운다며 달래서 보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 학생들 간의 갈등·폭력이 일어났을 때 담임교사나 학폭 담당 교사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요?

 

“학폭을 담당하는 교사에게 사안을 전달하고 피해 학부모가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하겠다고 하면 절차대로 학폭을 처리합니다. 학폭으로 신고되기 전 신고될 학부모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합니다. 그럴 때 많은 학부모들이 다짜고짜 교사의 책임을 따집니다. ‘그 때 선생님은 뭐하셨는데요?’ ‘우리 아이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물어보셨어요?’ ‘선생님, 우리 아이 마음은 살펴보셨나요?’ 등 마치 취조하듯 질문합니다. 학생 갈등의 원인, 폭력의 원인을 모두 학교와 교사에게서 찾으려는 듯한 말들이 굉장한 심리적 압박감과 상처를 줍니다. 

 

피해학생 부모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선생님은 지도를 하지 않으시냐’ ‘왜 가만히 있느냐’고 말씀하십니다. 도대체 어디에 맞춰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학교에서 일어나고, 학생이 교실에서 벌인 행동에 대해 교사도 당연히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책임을 온전히 교사가 부담하게 하는 것, 갈등이 발생했을 때 교사의 지도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6. 학부모와 교육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최근 한 교사가 학교 내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사람들은 어쩌다 교사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 많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추측과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히려 혼란을 주고, 어떤 이에게는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교권 침해와 무너진 교육 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정치적으로 활용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이 사건을 누군가가 혼자 책임지지 않도록 그리고 그 책임으로 이 사건이 종결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사들이 이번 사건을 너무나 마음 아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번 일은 나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학년이나 업무가 본인 희망이었던 아니던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1학년이라서, 학부모가 누구라서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학교 현장 속에서 한 교사가 이렇게 죽음을 맞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교육할 힘을 잃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교사에게 교육할 힘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대책이 아닌 ‘현실적’이고 ‘실제적’으로 ‘제발 이제는’ 모색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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