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국장 추가… "DNI·CIA 다툼 재현되나"
“중앙정보국(CIA)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확히 예측한 데 따른 보상이다.”
윌리엄 번스 미국 CIA 국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 내각(Cabinet)의 일원으로 합류하게 된 것을 두고 워싱턴포스트(WP)가 내린 평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정보를 바이든 대통령이 CIA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은 에이브릴 헤인즈 국가정보국장(DNI)이 모든 정보기관을 대표해 내각에 참여해왔는데 이제 CIA 국장까지 내각에 속한 정보기관장이 2명으로 늘었다.

21일(현지시간) 백악관은 번스 국장의 내각 참여를 환영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번스 국장의 리더십 아래 CI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 심화, 새로운 첨단기술이 주는 기회와 위험 등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국가안보 과제에 대해 명쾌하고 지속 가능한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말로 번스 국장 그리고 CIA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행정부에서 내각은 대통령한테 국정 전반에 관해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내각의 일원이 되면 내각 회의(우리 국무회의에 해당)를 통해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필요시 의견을 개진할 권한이 주어진다.
내각 구성원은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서 정권에 따라 조금씩 변동이 생겨난다. 현 바이든 대통령의 내각에는 먼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중앙부처 장관들이 포함된다. 장관은 아니지만 환경보호청장, 무역대표부 대표, 주(駐)유엔대표부 대사, DNI, 중소기업청장도 내각의 일원이다. 백악관에서는 비서실장·경제자문위원장·행정관리예산국장·과학기술정책국장이 내각에 참여한다. 바이든 대통령을 제외하면 25명이던 내각 구성원이 이번에 CIA 국장의 참여로 26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미 언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보보고에서 DNI가 바이든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WP는 “이번 조치는 번스 국장이 바이든 행정부에 가진 영향력을 보여준다”며 “미국 정보기관 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확하게 예측한 CIA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CIA 창설 75주년인 2022년 7월8일 CIA 청사를 찾아 행한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계획하고 있는 것을 세계에 미리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정보 전문가들의 놀라운 노력 덕분”이라는 말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CIA의 활약상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CIA가 제공하는 정보는 필수적”이라며 “과장이 아니고 당신들은 정말 세계 최고”라고 CIA 요원들을 치켜세웠다.
일각에선 DNI가 이미 내각에 포함돼 있는데 CIA 국장까지 정보기관장이 2명으로 늘어나면 DNI와 CIA 간의 고질적인 알력 다툼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DNI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에 그 많은 정보기관이 있는데 어째서 테러를 막지 못했는가’라는 문제의식 하에 출발한 기관이다. 직접 첩보 활동을 하는 대신 CIA 등 16개 정보기관들이 수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다음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원래는 내각의 일원이 아니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임명한 헤인즈 DNI를 내각에 포함시켰다.
사실 DNI라는 직책이 생겨났을 때부터 CIA와 업무 영역와 권한 등을 놓고서 갈등이 벌어져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CIA에 상당한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되는데, 미 조야에선 내각 합류를 계기로 CIA가 차츰 DNI를 제치고 대통령 신임을 독차지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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