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부산 영상산업센터에서는 영화음악 지휘법을 시연하는 흥미로운 세미나 ‘할리우드 인 부산’이 열렸다. 로스앤젤레스(LA) 영화음악 지휘 워크숍의 대표인 엔젤 벨레즈가 멘토를 맡은 행사였다. 그는 영화에 배경음악을 녹음할 때 악단을 지휘하는 시범을 보였으며, 영화음악 지휘자를 꿈꾸는 신청자들이 그 자리에서 악단을 지휘해 녹음하는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 이날 벨레즈는 “나는 녹음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가 개봉된 1927년 이전의 영화를 우리는 흔히 무성영화라고 부른다. 유성영화와 무성영화를 구분하는 기준은 영화 상영 필름에 음향을 녹음한 부분이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하지만, 실제로 무성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 음향, 특히 음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양에서는 무성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피아니스트나 오케스트라가 배경음악을 연주했고, 동양에서는 변사가 영화의 배경을 설명하고 영화 속의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그래서 관객은 언제나 극장에서 배우의 연기와 동작뿐만 아니라 음악과 소리도 함께 즐겼다.
영화 ‘시네마 천국’을 연출한 주세페 토르나토레가 만든 다큐멘터리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가 개봉했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 등 유명한 스파게티 웨스턴의 음악과 수많은 걸작의 영화음악을 만든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유명한 영화 작가의 작품세계는 자기 혼자만의 노력을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구상과 노력을 구현해 줄 조력자의 도움이 있게 마련이다. 그 조력자가 배우, 촬영감독, 시나리오 작가인 경우도 있지만 영화음악 작곡가인 경우도 있다.
작가가 만든 작품의 분위기는 영화음악을 통해 조성되고 관객은 영화의 이미지만큼이나 그 영화음악을 오랫동안 기억한다. 팀 버튼 영화의 기괴한 코미디는 대니 엘프만의 음악으로 형성되고,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의 웅장하면서도 고독한 분위기는 한스 짐머의 음악으로 만들어진다. 영화의 역사에서 새로운 촬영이나 편집기법을 개발한 이들이 많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기존의 악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물의 소리를 음악으로 바꾸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혁신을 이룩했다. 그것을 이 다큐멘터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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