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형기계가 떨어져 근로자가 사망한 사고와 관련, 검찰이 업체 대표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까지 패소했다.
울산지법 제1형사부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사고가 발생한 업체 대표이사 60대 A씨와 생산부문 팀장 50대 B씨, 사망 근로자가 소속된 도급업체 사업주 60대 C씨, 회사 법인에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통상 산재 사고가 발생한 업체 대표에 징역형, 회사 법인에 벌금형이 선고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사건은 2020년 6월11일 오후 9시15분에 일어났다. 울산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50대 여성 근로자가 사망했다. 발포성형기의의 윗쪽 금형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일어난 사고였다. 이 업체는 발포금형을 이용해 대시보드 등을 생산하는 곳이었는데, 사고를 당한 근로자는 위·아래로 돼 있는 금형 사이에 재료를 넣은 뒤 금형을 닫고, 성형이 완료되면 제품을 뺀 뒤 다시 재료를 넣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검찰은 A씨 등 4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사고가 난 기계가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103조가 규정하는 ‘프레스’ 기계인데, A씨 등이 기계에 필요한 안전조치나 방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이 시작됐다. 사고가 발생한 기계가 해당 규칙상 ‘프레스’ 기계에 해당하는지, A씨 등이 충분한 안전조치를 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어떤 기계인지에 따라 필요한 방호조치와 안전검사 규정,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근로자 사망 사고 난 기계 종류는 ‘프레스?’
먼저, 사고가 난 기계가 ‘프레스’였을까. 법원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이렇다. 고용노동부의 안전검사 고시에선 프레스 기계를 ‘금형과 금형 사이에 금속 또는 비금속물질을 넣고 압축, 절단, 조형하는 기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용어사전은 ‘2개 이상 서로 대응하는 공구를 사용해 그 사이에 금속·비금속 등 가공재를 놓고 강한 힘으로 압축해 가공하는 기계’라고 한다. 즉, 강하게 누르는 힘을 이용해 재료를 가공하는 기계를 ‘프레스’라고 본다는 거다.
반면, ‘사출성형기’는 2개 금형 사이에 플라스틱·고무 등의 재료를 주입한 뒤, 원하는 모양의 제품으로 성형하는 기계를 말한다. 두 개의 금형이 열리지 않게 하는 정도의 압력만 필요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고 기계는 금형 내부에 넣은 재료 자체의 발포력으로 부풀어 올라 성형되는 ‘발포성형기’.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압력을 이용하는 방식과 사용방식은 사출성형기와 유사하다. 프레스 기계가 아니므로 공소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사업주 충분한 안전장치 했는지도 쟁점
다음은 ‘충분한 안전장치를 설치했는가’ 여부. 사고가 난 기계의 조작법은 이렇다. 두 개 금형이 위·아래로 열린 상태에서 ‘코어닫힘’ 버튼, ‘안전해제’ 버튼을 ‘순서대로’ 눌러야 윗쪽 금형이 내려온다. 그렇지 않으면 금형 사이 스토퍼가 풀리지 않아 윗쪽 금형이 내려오지 못한다.
그런 다음 기계 뒷면에 있는 금형 닫힘 스위치 레버 2개를 근로자가 동시에 조작하면 2개 금형이 닫힌다. 혹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금형 2개가 근로자의 작업구간을 벗어난, 무인공정구간 위치로 이동해야만 자동으로 닫히도록 설계·제작됐다.
검찰 측은 이런 조작방법만으론 방호조치가 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안전보건공단이 발포성형기 안전화방안 교육자료에 담은 끼임사고 방지 대책이 해당 기계 조작방법에 반영이 돼 있다”고 판단했다.
또 “상형닫힘 버튼을 사고 피해 근로자가 오조작해 작동됐을 가능성도 매우 낮고, 사고 당시 다른 작업자의 출입이 없어 기계 후면 스위치가 우연히 눌러졌을 가능성도 희박하다”며 “전기·전자적 오작동 가능성도 현재 밝혀지지 않아 증거가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 판결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 전에 발생했다.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1월부터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됐다.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에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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