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시장이 곧 차기 유력 대권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힐 만큼 예산·조직·산하기관 등 규모면에서 다른 광역지방자치단체를 압도한다. 그만큼 정책 사업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신규 사업 소개나 추진 중인 사업의 성과 등을 홍보하는 보도자료가 매일 나온다. 하지만 쉽게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보도자료에 아무렇지 않게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보도자료 두 건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 6일 보도자료 중, ‘서울시, 삼성전자와 함께 2023 서울 이노테크 페스타 개최’ 제목의 자료를 보자. 서울시는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서울광장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2023 서울 이노테크 페스타’를 개최한다면서 “삼성전자가 사상 최초로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개최하는 신제품 공개 행사 ‘삼성 갤럭시 언팩 2023(Galaxy Unpacked)’이 코엑스와 서울광장에서 이원 생중계로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과연 서울시민들이 ‘이노테크 페스타’의 뜻을 얼마나 제대로 알까 싶다. ‘이노테크’는 이노베이션(혁신)과 테크놀로지(기술)을 합친 말로 보인다. ‘페스타’는 포르투갈어로 ‘축하 자리, 행사’ 등을 뜻하며 영어 페스티벌(축제)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2023 서울 혁신기술 축제’라고 해도 될 걸 굳이 이노테크 페스타라 한 것이다. 서울시는 또 “‘갤럭시 언팩 라이브 뷰잉(Viewing) 이벤트’는 서울시민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기획되었다”며 “서울광장에서 갤럭시 언팩 라이브 시청, 행사 전후 특별 공연, 신제품 체험 등으로 구성된다”고 했다. ‘갤럭시 신제품 공개 장면 생중계 시청’이라고 했으면 ‘언팩’의 의미를 잘 모르는 시민들의 답답함이 해소되지 않았을까.
앞서 지난 4일 ‘서울과 지방을 청년창업으로 연결하여 지역상생을 실행하는 넥스트로컬 서울청년팀, 영월·영주 등 10개 지자체와 새로운 창업활동 시작’ 제목의 보도자료에도 영어를 남발한 표현들이 눈에 띈다. 예컨대 서울시는 7월4∼6일 넥스트로컬(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창업을 꿈꾸는 서울 청년의 창업지원 사업) 5기로 선발된 63팀 113명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발대식과 로컬해커톤을 개최한다고 했다. ‘로컬해커톤’은 또 뭐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네이버 검색창에 입력해보니 ‘해커톤(Hackathon)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라는 설명이 나왔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프로그래머나 그래픽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제한된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단다. 짐작하건데 넥스트로컬 사업 참여 팀을 대상으로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사업 아이디어 경진 대회 같다. 그런데 어떤 설명도 없이 로컬해커톤이라고 보도자료에 담았고 그대로 보도한 언론 매체가 많다.
서울시는 그러면서 “1일차는 청년의 성장과 시작을 위한 응원메시지를 전달하고, 2일차는 지자체 관계자와의 워크숍을 통해 지역별 자원지도를 만들며, 팀별 자원탐색 루트를 개발한다. 3일차는 로컬비즈니스 워크숍을 개최해 이해관계자에 대한 이해, 기업미션과 가치창출의 이해, 지역을 변화시킬 가치창출 전략 수립 등 기존 창업팀 사례공유와 함께 기본교육, 워크숍, 피어피드백을 반복하며 점검한다”고 안내했다. ‘루트’, ‘로컬비즈니스 워크숍’, ‘기업미션’, ‘피어 피드백’ 등이다. 각각 ‘경로(통로)’, ‘지역사업 연수’, ‘기업의 (주요) 임무’, ‘동료 평가’라고 하면 되지 않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 공무원들은 이런 표현을 쓰는 게 자연스러울지 모르겠다. 정책 수혜자이고 홍보 대상인 시민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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