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 직원이 50만 국군 대응 ‘인력난’
인권위 업무도 병행… 집중력 떨어져
신세대 장병에 맞춰 군 문화 바꿔야”
“당장 오늘 아침에도 한 부대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극단적 선택을 한 병사가 있어 군인권보호국 직원이 현장에 달려갔습니다. 조금이라도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면 군인권보호관이 입회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군 사망사건은 매년 100건이 훌쩍 넘는 수준으로 발생한다. 이제 국방부는 이를 즉각 군인권보호관에 통보해야 한다. 지난해 7월1일 시행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군인권보호관 관련 조문이 신설되면서 만들어진 변화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만난 2대 군인권보호관인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은 “군인권보호관 도입으로 상당한 권한이 생겼지만, 실질은 다소 취약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군인권보호국 총원은 22명에 그친다. 20명 남짓 직원이 50만 국군을 커버하는 건 쉽지 않다. 군인권보호관을 인권위 상임위원과 겸직하는 문제도 그렇다. 침해 1소위를 맡고 있는 김 위원은 “상임위 업무만으로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군인권보호관은 여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별도로 두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기되는 진정은 반말을 썼다는 것부터 휴대폰 사용 관련, 두발 문제, 성희롱·성폭력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김 위원은 “사망사고를 군에 맡겨 놓으니 축소나 은폐가 이루어진다는 문제 의식이 군인권보호관 제도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사망 장소 조사나 초기 사망 경위 진술을 청취할 때 군인권보호관이 입회하는 장치가 생김으로써 “얼렁뚱땅이 군 조직이 책임을 축소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며 “새롭게 치명적인 군 인권 사고는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김 위원은 부연했다.
지난 4월로 9주기를 맞은 ‘윤 일병 사건’의 경우도 여전히 다 해소되지 못한 의혹을 유족이 제기함에 따라 군인권보호국이 조사를 하고 있다. 선임 병사들이 후임 병사인 윤 일병을 집단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도 “냉동만두를 먹다 질식사했다”며 군 내부에서 사인을 축소 은폐하려던 사건이다. 김 위원은 “사실관계는 거의 정리된 사건이지만 남은 쟁점은 군 지휘부가 처음부터 개입해 살인으로 공소제기하려던 걸 상해치사로 바꾼 것 아니냐는 의심”이라며 “오래 끌지 않고 신속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단언했다.
‘군인이면서 무슨 인권 타령이냐’는 고질적 분위기, 끊이지 않는 여군 성폭력 피해 등을 개선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군인권보호관으로서 김 위원의 목표다. 김 위원은 “신세대 장병들은 깔보는 말, 비아냥거림 등에도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군이 이런 청년에 맞추지 않고 이들을 개조하려 든다면 오히려 군 전력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성 군인들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서도 “여전히 굉장한 전환이 필요하며 구체적인 사례 중심 교육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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