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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니에요” 유명인 SNS 사칭 잇따르는 이유…처벌이 어렵다? [법잇슈]

, 이슈팀

입력 : 2023-06-27 20:30:00 수정 : 2023-06-27 21: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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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리 사칭 계정에 사기를 당했어요.”

 

50대 여성 A씨는 최근 경찰에 이 같은 신고를 했다. A씨는 인기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를 사칭한 계정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A씨는 ‘계좌가 동결돼 돈이 필요하다. 계좌가 풀리면 돈을 줄테니 돈을 보내달라’는 말에 속아 1억9000만원가량을 송금했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A씨를 비롯해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피의자를 쫓고 있다. 마이클 리 소속사는 최근 “마이클 리는 절대 금전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사칭 계정을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 마이클 리 페이스북 팬 페이지 캡처

연예인과 축구선수 등 유명인을 사칭하는 소셜미디어(SNS) 계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타인 사칭은 그 자체로 피해자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지만 현행법상 이를 처벌할 규정이 마땅치 않다. 국회엔 사칭 행위 자체를 처벌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형벌권의 지나친 확대”라는 우려에 부딪쳐 3년째 계류 중이다.

 

27일 연예계 등에 따르면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튼에서 뛰는 축구선수 황희찬은 전날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사칭 계정을 언급했다. 황희찬은 “일단 이 일을 아시는 분들보다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겠지만 저를 사칭하고 다니는 게 놀랍다”며 “믿지 마세요. 저 아닙니다. 다음엔 진짜 찾아냅니다”라고 경고했다.

 

황희찬이 이 같은 스토리를 올린 이유는 최근 황희찬에게 다이렉트메시지(DM)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 상에 공유됐기 때문이다. 글 속 캡처된 사진엔 황희찬 사칭 계정이 황희찬 팬에게 “오늘은 일찍 잘거지?” 등 개인적인 대화를 하는 DM 화면이 담겼다.

 

황희찬은 “자고 일어났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인스타 파란 딱지가 괜히 있는 게 아니잖아요?”라고 했다.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도 이날 새벽 인스타그램에 사칭 계정을 주의해달라는 글을 남겼다. 린데만은 “여러분, 이거 가짜 계정입니다”라며 “혹시 메시지가 가거나 하면 절대 받지 마세요”라고 밝혔다. 이 글엔 “저 (사칭 계정으로부터 메시지를) 좀 전에 받았다”며 “왠지 가짜같았다”는 팬의 댓글도 달렸다.

 

유명인 사칭 계정은 끊임없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만 해도 박보검, 이특, 윤시윤, 홍석천 등 여러 유명인들이 사칭 계정의 피해자가 됐다.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건 사칭 행위 자체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사칭 행위로 인해 2차적인 피해가 발생했을 때만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칭 행위 자체로는 처벌이 안 된다”며 “사칭을 통해 돈을 편취하는 등의 행위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상에서의 비대면 접촉이 늘어나고 파급력도 커진 만큼 사칭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2020년 7월 사칭 행위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의원은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정보통신망에서의 타인 사칭은 그 자체로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피해자의 신용과 인간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 불신을 조장할 수 있어 이를 범죄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도 본지 통화에서 “10여년 전에 비해 SNS를 통한 비대면 관계가 급증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선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사칭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다. 사칭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칭 행위 자체를 처벌하면 형벌권이 과도하게 확대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21년 7월 해당 법 개정안에 대해 “사칭으로 인한 명예나 재산상 침해 발생 여부를 불문하고 타인 사칭을 처벌하는 것은 형벌권의 지나친 확대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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