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강미선 “한국 발레, 세계에 알릴 수 있어 영광”

입력 : 2023-06-27 20:49:40 수정 : 2023-06-27 20:49:4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실감 안 나
어릴적 6년 동안 전통무용 배운 덕분
한국적 춤사위 들어간 작품 자신감

국내에서 최고돼야 국외서도 최고
해외 진출 않은 것 후회한 적 없어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 주도록 최선”

“최종 후보가 된 것만 해도 영광이어서 수상까지 할 줄은 전혀 생각 못 했어요.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발레를 세계에 알리고 볼쇼이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데에 큰 의미를 뒀습니다.”

최근 ‘무용계 아카데미(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40)은 “세계적으로 큰 상을 받은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수상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브누아 드 라 당스 조직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제31회 시상식에서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 수상자로 강미선과 중국국립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 추윈팅을 공동 선정했다. 브누아 드 라 당스는 전년도부터 수상 전까지 공연된 작품 중 첫 안무·출연을 한 안무가와 남녀무용수를 대상으로 최종 후보를 추린 뒤 선정한다.

강미선은 유니버설발레단이 지난 3월 선보인 ‘코리아 이모션’(유병헌 안무) 중 죽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절절한 그리움을 표현한 2인무 ‘미리내(은하수)길’을 들고 나갔다. ‘코리아 이모션’은 한국 대표적 정서인 ‘정(情)’을 아름다운 몸의 언어로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창작 발레 여러 작품을 모은 것이다. 음악도 지평권 작곡가의 국악 스타일 곡이다. 한국 남녀 무용수로 먼저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받은 강수진(1999년)·김주원(2006년)·김기민(2016년)·박세은(2018년)이 ‘해적’, ‘라 바야데르’ 등 해외 유명 작품으로 수상한 것과 달리 강미선은 한국적인 창작작품으로 세계에서 인정을 받은 셈이다.

강미선은 ‘발레에선 드문 한국적인 작품을 할 때 어려움이 없느냐’라는 질문에 어렸을 적 전통무용을 배운 경험 때문에 자신 있고 편안하게 출 수 있다고 답했다.

“여덟 살 때 한국·현대무용, 발레를 다 가르치는 학원에서 무용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한국무용을 6년 정도 배웠어요. 그래서 (창작발레) ‘심청’을 비롯해 ‘춘향’과 ‘코리아 이모션’도 그렇고 한국적 춤사위가 들어간 작품에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강미선은 선화예중·고를 졸업한 뒤 미국 워싱턴 키로프 아카데미를 거쳐 2002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다. 코르 드 발레(군무)부터 시작해 드미솔리스트, 솔리스트, 시니어 솔리스트를 거쳐 수석무용수로 활동하기까지 21년 동안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안 해본 역할이 없을 정도로 발레단의 모든 작품에 출연했다. 발레의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표현력과 연기력이 탁월해 고전·창작·현대발레 등 어떤 장르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갓미선’이란 별명이 생겼다.

2014년 발레단 동료인 러시아 출신 수석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결혼하고, 2021년 10월 아들을 낳은 뒤 5개월도 안 돼 무대로 복귀했다. 그는 러시아에 남편이 동행하지 않은 이유로 “안타깝게도 남편은 ‘독박 육아(혼자 아이를 돌보는 것)’를 하느라 못 갔다”며 웃었다.

강미선의 수상에는 유니버설발레단 유지연 지도위원의 역할도 컸다.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자 강미선을 후보로 추천한 유 지도위원은 “쟁쟁했던 여성 무용수 후보 5명은 고전발레 전막 작품을 내놔 무용수들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며 “‘미리내길’은 6∼7분 분량으로 짧고 한국적인 작품이라 미선이의 장점과 작품의 매력을 외국인 심사위원들에게 알리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에게 ‘미리내길’ 음악 가사를 러시아어와 영어로 번역해 미리 돌리고, 강미선이 한과 슬픔의 감정을 내면에서 끌어올려 어떻게 표현하는지 적극 설명했다는 것이다.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왼쪽부터)·강미선·유지연 지도위원·유병헌 예술감독이 27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강미선은 해외로 진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지에 대해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최고가 되지 못하면 해외에서도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21년 동안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최고가 되지 못했던 것 같다(웃음)”며 “해외로 못 나간 게 후회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한 발레단에서 춤출 줄 몰랐다.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그 부분을 채우면서 노력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며 “발레리나 꿈을 꾸고 있거나 발레단에 있는 후배들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무용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이번 수상은 우리 창작발레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국내에도 세계적 수준의 무용수가 있다는 걸 알린 의미가 있다”며 “해외 발레단에 진출한 한국 무용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국내 무용수들에게도 큰 자긍심을 심어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강미선과 유병헌 예술감독, 유지연 지도위원, 지난 39년간 변함없이 발레단을 지원해준 한학자 총재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