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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용병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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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25 23:42:43 수정 : 2023-06-25 23:42:42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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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를 받고 전투에 참여하는 용병은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때부터 있었다. 보병 위주였던 그리스는 주로 스키타이 출신 기병과 크레타 섬 출신 궁병들을 고용했다. 기병·궁병이 강했던 페르시아는 그리스의 폴리스나 그 식민도시 출신의 보병들을 용병으로 고용했다. 로마 제국 본토로 쳐들어가 15년 동안 싸웠던 한니발의 군대는 카르타고 출신보다 켈트족 용병들이 훨씬 많았다. 상비군을 고집했던 로마조차 기병과 창병, 궁병 등은 숙련된 용병들을 데려다 썼다.

용병은 보수가 목적이니 충성심이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용병들이 짜고 분쟁을 일으켜 싸우는 척하면서 급료만 받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15세기 ‘군주론’의 저자인 마키아벨리는 “용병을 쓰는 건 최악이고 동맹군은 악이며 오직 국민병만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용병대장이 유능하면 왕의 지위가 위태롭고, 무능하면 왕의 돈이 아깝다는 말도 남겼다. 476년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것도 게르만 출신의 용병대장 오도아케르의 배신 때문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서 싸우던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하루 만에 철군을 선언했다.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받던 최측근이었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의 크름반도 병합 등에 투입돼 전투를 벌이며 러시아 정부를 도왔다. 지난해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바그너그룹은 발 빠르게 돈바스 지역에 병력을 배치했다.

프리고진은 보급 문제를 놓고 러시아 군부와 심각한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그는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들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군 수뇌부의 처벌을 요구하며 결국 푸틴에게 총부리를 돌렸다. 바그너그룹은 하루 동안 수백㎞를 진격해 모스크바 턱밑까지 치고 올라갔다. 러시아 정규군은 속수무책이었다. 푸틴 대통령이 “우리는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24일(현지시각) 벨라루스의 중재로 협상이 타결됐지만, ‘스트롱맨’ 푸틴의 리더십이 훼손된 러시아 내부의 후폭풍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사태의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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