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신호와 사람 등 물체 인식하고 대응
차량 제어 등 담당 핵심 기술 개발 이끌어
사람 목숨 담보… 안전·안정성 가장 중요
“자율주행 시대엔 사고율도 크게 줄어들 것”
개발 SW 탑재 車 상암동·대구서 시험운행
앱으로 호출… 한달 이용량 많게는 200건
티맵의 교통량·경로 등 빅데이터도 접목
“소프트웨어 산업 미래 생태계 성장 동력”
“자율주행은 먼 미래가 아닌 오늘날 성장하는 기술입니다. 그만큼 개발할 여지도 기회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경기 안양시에 위치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 에스더블유엠(SWM)의 김기혁 대표는 “자율주행 기술은 인공지능(AI)의 총아”라며 “우리 SWM은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의 도래를 위해 AI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집중 개발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WM는 교통신호와 사람·자동차 같은 물체를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는 자율주행 차량 제어를 담당하는 AI 소프트웨어를 연구·개발한다. SWM의 정직원 170여명 중 80%가 엔지니어 개발자로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는 AI가 필수”라며 “AI가 도로 교통 상황을 학습하고 차량을 제어하는데 이 부분을 SWM이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이 자율주행을 하기 위해서 여러 장비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차량에 부착된 센서, 레이더, 카메라 등이다”라며 “이 같은 하드웨어 장비를 통해 많은 데이터를 받는데, AI가 머신러닝을 통해 교통신호를 인식하거나 물체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등 차량을 제어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안전성과 안정성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완벽에 가까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면 교통 사고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오늘날 인간의 사고를 보면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의의 사고가 많다. 자율주행은 이 같은 불의의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한 미래에는 개인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아도 이동의 편의성을 가질 수 있다”며 “게다가 자율주행이 상용화하면 개인은 차량을 구입하지 않아도 공유경제 방식으로 자동차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WM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미 우리 주변에 있다. 현재 서울 상암동 인근에서 대형 RV 자율주행차량 두 대를 운영 중이다. 대구에서는 자율주행이 가능한 대형 세단 한 대를 운용하고 있다. 자율주행 면허를 발급받고 이용객들로부터 요금을 받는 상용 자율주행 차량이다.
승객들은 한 번 이용할 때 1000원을 지불한다. 이용량은 한 달에 100∼200건,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회사인 ‘포티투닷’이 서비스하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호출할 수 있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자율주행 자동차 운전석에는 운전자가 탑승한다. 운행은 평일 주간에만 이뤄진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 차량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대체로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AI가 교통신호나 물체를 인식하는 모습, 도로변에 주정차된 차량을 피하거나 차선을 변경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한다”며 “물론 자율주행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탔다가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서비스를 시작한 지는 약 1년6개월이 됐다. 아직까지 기술적 문제나 과실에 따른 사고는 없었다. SWM은 최근 티맵모빌리티와 협업을 진행했다. 티맵의 교통량이나 경로 같은 빅데이터와 SWM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접목하는 것이다. 티맵의 정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경로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업계 안팎에선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 책임을 자동차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제조사, 운전자, 교통 인프라를 제공하는 국가 중 어느 쪽에 물어야 하는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 대표는 “섣불리 말하긴 어렵지만 과거 자동차가 처음 상용화했을 때 자동차보험이 생긴 것처럼 자율주행 관련 보험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차량을 이용할 시 소정의 보험료를 지불하고, 이를 통해 유사시 보상하는 체계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04년 SWM을 설립해 20년간 소프트웨어 개발로 승부를 보고 있다. 김 대표는 SWM 설립 전엔 휴대전화 제조기업인 모토로라와 팬텍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있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 중 하드웨어 분야를 전공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을 업으로 삼았다.
그는 “대학교를 졸업한 1990년대에는 하드웨어 개발자가 10명이면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1명일 정도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드물었다”며 “하지만 미래에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이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김 대표가 회사를 설립한 직후 휴대전화 시장이 커지면서 휴대전화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른바 ‘이효리폰’로 불리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에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플레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납품했다. 2011년을 기점으로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했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회의적으로 내다봤다”면서 “하지만 저는 AI와 컴퓨팅 파워, 센서, 소프트웨어 등의 발전 속도를 보면 자동차 자율주행 시대는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업의 규모는 커졌다.
SWM 설립 시 직원은 10명 남짓에 1년 매출은 10억원가량이었다. 이젠 직원 170여명에 이 중 80%는 엔지니어, 15%는 석·박사 인력이다. 지난해 소프트웨어 분야 매출만 1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엔 1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SWM의 장점은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SWM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진척은 다른 기업에 비해 빠르다”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의 비중은 커지고 있는데 그에 비해 소프트웨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작다”며 “소프트웨어는 하나의 상품이고 이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생태계는 하나의 산업이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또 하나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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