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가 끝난 충남 천안시 구룡동의 한적한 농로를 따라가다 보면 시멘트로 지어진 투박한 건물에 녹슨 양철로 벽을 두른 대동공작소가 나온다. 3대에 걸쳐 수작업으로 전통 끌을 제작하는 작업장에서는 ‘땅, 땅’ 철을 두드리는 반복되는 망치 소리가 연신 새어 나온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대동공작소는 여러 가지 기계와 연장들로 발 디딜 틈 없이 어수선하다. 쇳가루와 석탄재가 날려 어두침침한 공간을 지나 작업장 안으로 들어서자 섭씨 1000도의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가마 앞에 김원태(68) 전통 끌 장인의 모습이 보인다. 김 장인은 혼자만이 앉을 수 있는 좁은 공간의 단조기(鍛造機) 앞에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면서 쇠를 망치로 두드리다가 시뻘건 불에 달군 뒤 다시 두드리는 작업을 되풀이하고 있다.






끌은 망치로 한쪽 끝을 때려서 나무에 구멍을 뚫거나 겉면을 깎고 다듬는 데 쓰는 연장이다. 목재의 조직을 파내는 목공용 도구의 하나로 목조건축, 목공예 등 목재를 깎아 가공하는 데 반드시 사용되는 중요한 도구이다.



김원태 장인은 스무 살에 처음 대장일을 시작해 48년째 수작업으로 전통 끌을 제작하고 있다. 1대 이종만 장인에게 전통 끌 기술을 전수받아 100여년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의 손을 거쳐야 만들어지는 전통 끌은 기계로 대량생산되는 끌에 비해 날이 단단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오래 사용할 수 있다. 한 번도 못 써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쓴 사람은 꼭 다시 찾는다는 매력이 있다는 이유다.



끌은 쓰임에 따라 종류도 다양해 이곳에서 제작되는 종류도 100종이 넘는다. 강한 쇠와 뜨거운 불을 다루는 작업은 언제나 위험이 따른다. 특히 수작업으로 끌 하나를 완성하기까지는 복잡하고 반복되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1000도가 넘는 고열의 가마에서 철근을 가열해 두드리는 단조 과정이 그 첫 번째이다. 거듭되는 연마와 강한 날을 만들기 위한 열처리 과정을 거쳐 끌 모양이 나오면 표면을 전체적으로 매끈하게 가는 마무리 과정을 통해 날을 완성한다. 3년 이상 건조한 질 좋은 참나무로 손자루를 만들어 완성된 날을 끼워 넣으면 비로소 전통 끌이 완성된다.




“제가 끌을 만들기 시작한 건 운명 같아요. 평생 해온 일이니 천직(天職)이라 생각하고 힘닿는 데까지 만들어 봐야죠. 수요가 자꾸 줄어 걱정이지만 그래도 제 끌을 잊지 않고 계속 찾아주는 분들이 계셔서 힘이 납니다. 다행히 아들이 기특하게 기술을 전수받고 있어 전통 끌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해가 뜨기 전 새벽 5시에 작업을 시작해 얼굴이 벌겋게 타오른 김원태 장인의 끌 만들기는 해가 중천인데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의 전통 끌을 지키겠다는 고집과 열정이 활활 타오르는 가마의 불꽃처럼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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