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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인증’ 안 받은 타이타닉 관광 잠수함, 조종은 30달러짜리 게임패드로…“재앙적 위험” 경고 무시 [미드나잇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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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6-21 22:00:00 수정 : 2023-06-24 17: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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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혁신 막는다”며 인증 권고 거부
전문가들 “재앙적 문제 발생 가능” 경고
CNN “‘쿵쿵‘ 소리 포착 후 집중 수색 중”

대서양에서 18일(현지시간) 실종된 타이타닉호 관광 잠수정은 개발 단계에서 ‘치명적 위험’ 가능성이 제기됐음에도 외부 기관의 공식 안전 테스트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잠수함 산소 고갈 시간이 하루 정도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미 해양 수색 당국은 실종자들이 생존해 있을 것으로 보고 인근 해역을 샅샅이 탐색 중이다. 

타이타닉호 난파 흔적을 확인하려다 실종된 잠수정 타이탄. AP연합뉴스

◆전문가·내부 경고 무시하고 심해 관광 강행

 

21일 뉴욕타임스(NYT)는 해양학자와 탐험가, 잠수정 전문가 등 30여명이 2018년 미국 해저탐사 업체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에 서한을 보내 타이타닉 탐사를 실행할 잠수정에 대해 “재앙적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해양과학기술학회(MTS) 유인잠수정위원회 명의로 발송된 서한에는 오션게이트의 잠수정 개발을 “만장일치로 우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오션게이트의 실험적인 접근방식과 전통적인 평가를 포기하기로 한 결정이 ‘치명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제3자의 검증 절차가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필수적”이라고 권고했다.

 

또 “타이탄이 공식 인증을 받을 계획이 없음에도 안전 기준을 충족하거나 초과하는 것으로 홍보하는 것은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이같은 경고는 오션게이트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NYT에 따르면 해양과학기술학회에 앞서 오션게이트의 전 해양 운영 책임자인 데이비드 로크리지가 “잠수정이 극심한 수심에 도달하면 승객에게 잠재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더 많은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이는 로크리지가 해고당하면서 오션게이트와 벌인 소송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당시 오션게이트의 최고경영자인 스톡턴 러시는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다. 타이탄의 기술은 매우 혁신적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평가 기관에서 인증을 받으려면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경고를 무시했다.

 

인간에게 매우 위험한 심해를 탐험하는 잠수정을 개발하면서 어떠한 외부 기관의 검증도 받지 않고 “안전하다”고 주장만 한 셈이다. 

오션게이트가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타이탄 잠수함 내부 및 조종에 사용되는 게임패드 모습.

◆게임패드로 잠수함 조종? “문제 아니다”

 

과학기술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포그는 지난해 타이타닉 탐험에 참여한 뒤 CBS에 공개한 영상에서 “타이타닉 탐험 전 서명한 서류에 ‘타이탄은 규제 기관의 승인이나 인증을 받지 않은 실험용 잠수정이다. 신체적 부상, 정신적 외상, 또는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방송에서 포그는 잠수함 내부에 기성품 컴퓨터 디스플레이, 조명이 달린 손잡이, 오버헤드 그랩 바, 건설용 파이프 등이 사용된 것을 보여주며 “많은 부분이 즉흥적으로 제작됐다”고 말했다. 포그에게 잠수함을 보여주던 러시는 엄지손가락 부분을 길게 연장해 놓은 무선 게임패드를 들어보이며 “이 게임 컨트롤러로 모든 것을 조작한다”고 설명했다.

 

18일 타이탄이 실종되면서 지난해 CBS 방송이 주목을 받자 네티즌들은 “30달러짜리 게임패드를 사용한 것을 보니 이 잠수함은 이미 실패할 운명이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다만 잠수함 전문가는 이를 비정상적으로 볼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해양학자인 하버드대 유기체 및 진화 생물학 교수 피터 기르구스는 “게임패드는 직관적이고 조작하기 쉽기 때문에 많은 잠수함과 선박에 쓰인다. 과거 군용 잠수함에도 쓰였다”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잠수함의 물리적 설계와 무결성, 그리고 제어 및 안전 시스템”이라고 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타이타닉호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 홈페이지 제공

◆골든타임 놓칠라…당국 수색 중

 

사고가 난 타이타닉 탐험은 1912년 대서양에서 빙하에 부딪쳐 침몰한 뒤 해저 3800m에 잠들어 있는 호화 여객선 타이타닉을 8일간 잠수정을 타고 돌아보는 관광 상품이다. 

 

18일 선장과 승객 등 총 5명을 태운 잠수정 타이탄이 캐나다 뉴펀들랜드 세인트존스를 출발한 지 1시간 45분 만에 실종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국적의 억만장자 해미쉬 하딩과 파키스탄 재벌가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 프랑스의 해양학자 폴 앙리 나졸레 등이 타이탄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해안경비대와 오션게이트는 “최선을 다해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종 사흘째에도 잠수정을 발견하지 못했다.

 

타이타닉 탐험대 리더인 마이클 해리스는 실종자들이 이미 변을 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리가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해저 3200m에서 잠수정이 폭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20일 “잠수정을 수색하던 요원들이 실종 장소 인근에서 ‘쾅쾅’ 치는 듯한 수중 소음을 감지했다며 “실종자들이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다만 잠수정 내 산소가 고갈될 시간이 하루 정도밖에 남지 않아 빠른 수색이 필요한 상황이다. BBC에 따르면 잠수정은 바깥에서 볼트로 조여져 있어 안에서 문을 열수 없다. 따라서 해수면으로 떠올라도 빨리 발견해 문을 열지 않으면 승객들이 질식할 수 있다. 

 

미국 해안경비대 제이미 프레드릭 선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타이탄호의 산소가 “목요일 오전 5시 30분(한국시간 오후 7시 30분)까지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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