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신고한 적 있단 응답 2.6%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5명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이 성폭력의 원인이라고 보는 등,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명 중 5명은 피해자가 곧장 경찰에 신고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피해를 겪었을 때 한 번이라도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만 19~64세 남녀 1만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성폭력 관련 인식과 통념을 살펴보면 응답자 52.6%가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람이라면 피해 후 바로 경찰에 신고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성폭력은 노출이 심한 옷차림 때문에 일어난다'(46.1%), '금전적 이유나 상대에 대한 분노, 보복심 때문에 성폭력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사람도 많다'(39.7%), '피해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면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32.1%), '키스나 애무를 허용하는 것은 성관계까지 허용한다는 뜻이다'(31.9%) 등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술을 마시고 하는 성적 행동은 실수로 용납될 수 있다'(13.2%), '성폭력 피해자는 행실이나 평판이 안 좋은 사람이다'(17.6%)는 '그렇다'는 응답률이 낮았다.
대체로 남녀 모두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동일 연령대에서도 여성보다 남성의 성폭력 관련 통념이나 고정관념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전적 이유나 상대에 대한 분노, 보복심 때문에 성폭력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사람도 많다'는 항목은 30대 남성(43.5%)에서, '피해자가 끝까지 저항하면 강제로 성관계(강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20대 남성(27.7%)에서 '그렇다'는 응답률이 특히 높았다.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묻는 질문에는 '밤늦게 혼자 다닐 때 성폭력을 겪을까봐 두렵다'(36.2%)는 문항에서 '그렇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집에 혼자 있을 때 낯선 사람의 방문이 무섭다'(30.8%), '평소 폭행·강도·절도 등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한다'(30.1%), '나도 모르는 사이 개인정보가 유출돼 성범죄에 활용되고 있을까봐 두렵다'(28.6%),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촬영됐을까봐 두렵다'(25.5%) 등 순이었다.
남성 응답자의 경우 대부분의 문항에서 '그렇다'는 응답이 10% 내외였던 반면 여성 응답자는 모두 30%를 상회했다. 20~30대 여성은 모든 문항의 응답률이 여성 평균 응답률을 상회해,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특히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제도 중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피해자 지원기관이 있다'(74.4%)는 인지도가 높았다. 반면 '촬영물에 대한 삭제지원은 피해당사자 뿐 아니라 직계친족, 형제자매, 피해자가 지정한 대리인 등도 요청할 수 있다'(42.9%), '성폭력 피해자에게 보건상담, 신체적·정신적 치료 등을 위한 의료비를 지원한다'(53.6%)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가장 필요한 정책 1순위는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정책 마련'(16.7%), 2순위는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16.6%), 3순위는 '가해자의 범죄행위에 대한 합당한 처벌'(13.9%)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년간 2차 피해 방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돼 피해자의 권리보호에 대한 정책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조사에서는 1순위가 '가해자 처벌 강화'였고, '범죄 발생 시 신속한 수사와 가해자 검거',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 등이 뒤를 이었다. '피해자의 2차 피해방지를 위한 정책 마련'은 후순위였다.
지금까지 불법촬영, 성추행, 강간 등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PC, 휴대전화 등 통신매체를 이용한 피해' 9.8%, '성기노출 피해' 9.3%, '성추행 피해' 3.9% 등이었다.
또한 '불법촬영 피해'는 0.3%, '촬영물이나 허위영상물 등의 유포 피해'는 0.3%였으며, 미수를 포함한 강간 피해 경험률은 0.2%로 2019년 0.4% 대비 낮아졌다.
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 '한 번이라도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2.6%, '한 번이라도 피해자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0.6%로 나타났다.
필요한 도움과 지원은 '각종 정보 제공'(56.3%), '피해상담'(55.9%), '삭제지원, 유포현황 모니터링'(48.0%), '법률지원'(42.2%)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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