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소금 사재기

관련이슈 설왕설래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3-06-16 22:54:22 수정 : 2023-06-16 22:54:21

인쇄 메일 url 공유 - +

2011년 3월 11일 높이 15m의 쓰나미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를 덮치자 중국에는 때아닌 소금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 인터넷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는 “일본 핵발전소 폭발로 산둥 일대의 해역이 영향을 받았다”, “방사능 오염으로 더는 깨끗한 소금을 구할 수 없다”는 유언비어가 급속히 퍼졌다. 전국 대형마트 등에서 소금이 동났고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주식시장에서도 염업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했다.

당시 소금 사재기는 ‘동양의 유대인’이라 불리며 한때 중국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저장(浙江) 상인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유력지 신경보는 “저장계 자금이 염업 주식 상한가를 불러온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전했다. 저장계에서 5000만위안 이상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교롭게 “소금을 비축하라”는 루머가 시작된 곳도 저장성 항저우다. 저장 상인은 과거 소금을 전매하던 시절부터 소금 밀수와 유통으로 큰돈을 벌었다. 저장성 닝보시 출신으로 저장 상인 전성기를 연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의 통치자금도 소금유통에서 나왔다고 한다.

10여년이 흘러 한국에서 후쿠시마 괴담발 소금 사재기가 되풀이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12일부터 오염수 방류설비 시운전을 시작하자 시중에 천일염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소금주문이 폭주한다. 소금값 역시 평년보다 60% 이상 올랐다. 주식시장에서는 소금 관련 주식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건어물 등 일부 수산물에서도 사재기 조짐이 뚜렷하다.

과학적 정보와 근거로 국민 불안을 키우는 괴담 확산을 막는 게 급선무다. 오염수 방류가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천일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한다.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은 대부분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지고 삼중수소도 방류구에서 2∼3㎞만 떨어져도 빗물에 섞여 나오는 수준으로 농도가 떨어진다. 그런데 정부는 “천일염 사재기 징후가 없다”고 한다. 그 의도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외려 정부 불신을 키우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괴담과 가짜뉴스를 돈벌이로 이용하는 악덕 업체에 철퇴를 가하고 수급 안정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주춘렬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주빈 '신비로운 매력'
  • 이주빈 '신비로운 매력'
  • 한지민 '빛나는 여신'
  • 채수빈 '여신 미모'
  • 아일릿 원희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