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의 일부 선수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태국 선수의 실명을 거론하며 인종차별로 비춰질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홍명보(54) 울산 감독이 사과했다.
홍 감독은 13일 강원 원주 오크힐스CC에서 열린 2023년 축구인 골프대회에 참석해 “팀을 책임지는 감독으로서 물의에 대해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실명이 거론된 선수와 가족, 그 선수의 현재 소속팀인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의 팬, 태국 축구 팬에게 정말 죄송하다. (피해 선수가) K리그의 전북 현대에서도 뛰었는데 (국내) 팬들에게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인종차별은 축구를 떠나 세계적인 문제다. 분명히 없어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언제든지 우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홍 감독은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다시 한 번 프로 선수의 책임감으로 인종 차별에 대한 무거운 인식을 새길 것”이라며 “재발 방지 약속을 드려야 할 것 같고, 우리 구단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아주 좋은 구단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울산 구단 역시 전날인 12일 공식 SNS에 게재한 사과문을 통해 “선수단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피해 당사자와 관계자, 그리고 팬 여러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른 시일 안에 사태를 파악한 뒤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소속 인원 전원 대상 교육 등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공지했다.
사건을 인지한 프로축구연맹은 오는 14일까지 울산 구단의 경위서를 받은 뒤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앞서 울산의 박용우(30)와 이규성(29), 팀 매니저는 지난 11일 이명재(30)의 인스타그램에서 댓글로 대화하던 중 이명재의 외모를 태국 축구선수 사살락 하이프라콘(27·부리람)에 빗대며 댓글을 남겼다. 사살락은 2021년 7월 전북 현대에 임대돼 하프시즌 동안 뛰었었다.
게시물에서 이규성은 이명재의 피부색이 다소 어두운 것을 염두에 둔 듯 “동남아시아 쿼터 든든하다”고 했고, 박용우는 “사살락 폼 미쳤다”며 이명재를 사살락의 외모에 비유했다. 울산의 팀 매니저도 “사살락 슈퍼태킁(클)”이라고 적었다.
아울러 이명재 역시 자신의 경기력을 칭찬한 수비수 정승현(29)의 댓글에 “너 때문이야 아시아쿼터”라고 답했다.
이번 대화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박용우, 이명재, 이규성은 울산의 부주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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