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본부 지정 ’해충’도…“통관항 모니터링해야”
마른 나무를 갉아먹어 목조주택에 큰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알려진 흰개미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주택에서 발견돼 검역 당국이 긴장한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집 밖으로 이동한 흔적이 없어 해당 주택에서 박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흰개미를 조사한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와 문화재청 등은 이 흰개미가 5년 전 집을 지을 때 사용된 목재의 수입 과정에서 배를 타고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식으로 배를 타고 국내로 들어오는 외래종 곤충은 ‘히치하이커 곤충’으로 불린다. 히치하이커는 모르는 사람의 차량 등 운송수단을 목적지까지 얻어타는 사람을 말한다.
국제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외래종이 선박을 통해 한국에 유입되는 규모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
11일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이 ‘생물종연구지’(JSR)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21년 국제선박을 타고 한국에 들어온 히치하이커 곤충은 육안조사로 관찰된 것만 244종 581마리였다.
244종 가운데 국내에 분포하지 않던 곤충은 26종이었다.
나비목이 13종으로 가장 많았고, 딱정벌레목이 5종, 벌목이 3종, 메뚜기목과 노린재목이 각각 2종, 뱀잠자리목이 1종으로 뒤를 이었다.
이 중에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관리병해충’으로 지정한 딱정벌레목 ‘사그라 페모라타’와 나비목 ‘덴드롤리무스 펑크타투스’도 있었다.
연구진은 1년 동안 여러 마리 유입되거나 수년에 걸쳐 계속 발견되는 히치하이커 곤충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나비목 ‘아리파라 이스티차’와 ‘유햄프소니아 세라티페라’는 2018∼2019년 연이어 관찰됐다.
연구진은 “외래종이 발견된 적 있는 통관항의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위험평가를 도입하면 외래 침입종 출현 빈도를 낮추고 국내 생태계에 대한 위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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