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 후 시신을 훼손한 정유정(23)의 신상이 공개된 가운데, 할아버지와 함께 살며 폐쇄적이던 정유정이 명문대 학생인 피해자의 신분을 훔치기 위해 이같은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부산경찰청은 1일 “금정구 20대 여성 살해 유기사건 피의자 정유정이 ‘살인 충동을 느껴 실제 살인을 해보고 싶었다’고 범행 이유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정유정은 평소 방송매체나 온라인을 통해 접한 범죄물을 즐겨 보면서 살인 충동을 느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경찰의 디지털 포렌식 조사 결과, 정유정은 범행 3개월 전부터 ‘살인’ ‘시신 없는 살인’ 등을 집중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해온 정유정은 201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별다른 직업 없이 생활하며 집 밖으로 외출하는 일도 드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유정은 범행 직전까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유정이 사회적 유대 관계도 없고 폐쇄적인 성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유정이 범행 대상을 고학력 대학생이 주로 활동하는 과외 애플리케이션에서 찾은 점에 주목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의 신분 탈취’를 언급하며 “피해자가 굉장히 좀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과외 교사였지 않나.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 여성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훔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심리상담에 이어 정유정의 진술 내용을 분석하고 있으며 사이코패스 여부도 검사할 방침이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이날 오후 내외부 위원 7명이 참여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정유정의 이름, 나이,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 경찰은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효과 등 공공 이익을 위한 필요가 크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낙동강 변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를 받는다.
정유정은 당초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으나 가족과 경찰 설득에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등에게 사과의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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