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180㎝·72㎏’ 성전환 女 사이클 선수, 국내 최초로 도민체전 출전…“논란 되고 싶다”

입력 : 2023-06-01 11:39:05 수정 : 2023-06-11 17:20:05

인쇄 메일 url 공유 - +

성확정 수술 후 주민등록상 ‘여성’…규정상 대회 출전 제한할 근거 없어
국내 최초의 성전환 사이클 선수 나화린(37)씨가 강원 철원군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철원=연합뉴스

 

지난해까지 남성이었던 트랜스젠더 여성 나화린(37)씨가 국내 권위있는 체육대회인 도민체전 사이클 종목에 출전한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나씨는 오는 3일부터 양양에서 열리는 제58회 강원도민체전 사이클 경기 3종목의 ‘여성’ 부문에 출전한다.

 

나씨는 키 180㎝, 몸무게 72㎏의 건장한 신체를 자랑한다. 골격근량은 32.7㎏이다. 일반 여성의 평균 골격근량이 20~22㎏인 것과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은 수치다.

 

아스파라거스 농장을 운영 중인 나씨는 지난해까지 36년간 남성으로 살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고 독립할 기반을 마련한 뒤 지난해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성전환(성확정)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성별은 현재 공식적으로 ‘여성’이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맨앞도 ‘2’로 바꿨다.

 

자전거 타기에 재능이 있는 나씨는 크고 작은 대회에서 6번이나 1등을 거머쥐었다. 2012년 열린 제47회 강원도민체육대회에서는 사이클 남자 일반 1부 1㎞ 독주와 4㎞ 개인추발 등 4개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국내 최초의 성전환 사이클 선수 나화린(37)씨가 강원 철원군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철원=연합뉴스

 

트랜스젠더 여성이 도민체전에 참가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전국체전 출전 규정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녀’ 외에 트랜스젠더에 관한 내용을 따로 두지 않아 그의 대회 출전을 뚜렷이 제한할 근거는 없다. 공식적으로 ‘여성’이 된 나씨의 출전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

 

나씨는 자신의 출전 자체가 논란이 될 것도,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리란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상을 받으면 대중의 공감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결국 명예로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남자였다가 여자인 내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결국 나는 인생을 건 출전을 통해 차별이 아닌 구별을 얘기하고 싶었다”며 “남녀로 딱 잘라 정해진 출전 부문에 성소수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만약 나의 전국체전 출전이 누군가의 자리를 뺏는다면 깊이 고민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꺼이 그 무대를 밟겠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완벽한 미모'
  • 있지 유나 '완벽한 미모'
  • 박주현 '깜찍한 손하트'
  • 있지 예지 '매력적인 미소'
  • 예쁜하트와 미소, 박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