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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욱일기 단 日 호위함 부산항 입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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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30 00:01:51 수정 : 2023-05-30 00: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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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국가 형태를 갖춘 것은 1871년 프로이센-브란덴부르크가 주도한 독일제국 출범을 전후해서다. 이때 만들어진 국기가 삼색기(흑백적 문양)다. 제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공화국 체제로 바뀌자, 흑적황 삼색기를 새로운 국기로 채택했다. 그러다가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한 뒤에는 나치당 깃발인 하켄크로이츠기가 정식 국기로 자리매김했다. 하켄크로이츠기가 국기로 펄럭였던 시간은 고작 10년 남짓. 사람들 뇌리에 박힌 강렬함은 소련 적기(赤旗)를 압도했다. 한국에서도 하켄크로이츠기는 심심찮게 거론된다. 일본의 욱일기와 비교되면서.

욱일기는 국기가 아닌 군기다. 1870년 메이지유신 시기에 창설된 일본 육군이 채택한 뒤 이어져 왔다. 문제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에서는 이 깃발을 일본 군국주의 유산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일본군이 이 깃발을 앞세워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전쟁 중 잔혹 행위를 주도한 때문이다. 하켄크로이츠기를 없앤 독일과 달리 일본이 전범국가로서 반성의 태도가 미미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어제 오전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욱일기를 단 채 부산항에 입항했다. 31일 제주 동남방 공해상에서 우리 정부가 주최하는 다국적 해양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10월 제주 앞바다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 우리 정부가 일본 함정의 욱일기 게양을 막고, 자위대 함정이 이에 반발하며 불참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당시 일본이 함정 파견을 거부했을 때 중국도 관함식 개막 전날 돌연 구축함 파견을 취소했다. 마침 중국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방중으로 일본과 신(新)밀월 시대를 열던 참이었다. 이듬해 9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에는 욱일기를 단 해상자위대 함정이 목격됐다. 이전까지 일본을 무시했던 중국이 함정 파견을 취소하고, 욱일기를 눈감으며 일본 편을 든 모양새가 지금 우리와 닮아 있다.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소모적인 욱일기 논란 대신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방법을 고려할 때다. ‘욱일기는 전범기’라며 외쳐 봐야 국제사회가 호응할 리 없고, 일본이 수용할 리 만무하다면 더욱 그렇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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