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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1983년 英 여왕 방미 때 암살 시도 적발·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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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6 08:32:59 수정 : 2023-05-26 10: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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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공개된 FBI 문건 분석해 보도
英에 앙심 품은 아일랜드인 용의자

2022년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983년 미국 서부를 방문했을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이 암살 시도 정황을 포착해 이를 차단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에 불만을 품은 아일랜드인이 용의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은 25일(현지시간) 최근 공개된 FBI 문건을 토대로 이같이 전했다. BBC에 따르면 여왕 부부의 캘리포니아주(州) 방문을 1개월 앞둔 1983년 2월 4일 그들을 겨냥한 수상한 움직임이 FBI에 감지됐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어느 아일랜드 술집을 자주 드나든 경찰관이 FBI에 위험을 제보한 것이다. 그 경찰관은 “아일랜드계 이민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딸의 복수를 하겠다’며 여왕 암살 의도를 내비쳤다”고 FBI 요원들에게 설명했다.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왼쪽)이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만찬장에서 건배하는 모습. 게티이미지 제공

당시는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촉구하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란 단체의 테러와 이를 막으려는 영국 공권력 간의 대치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던 시절이었다. 문제의 남성 또한 북아일랜드에서 딸이 영국 경찰이 쏜 것으로 의심되는 총에 맞아 숨졌다며 영국에 증오를 드러냈다고 한다.

 

공개된 FBI 문건에는 이 남성이 여왕 일행을 태운 영국 왕실의 요트가 금문교(Golden Gate Bridge) 교각 사이를 지날 때 요트 위로 위험한 물체를 떨어뜨리는 계획을 수립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것이 미수에 그칠 경우 남성은 여왕 일행이 방문하기로 돼 있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다시 거사할 작정이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여왕 일행의 요트 여행과 요세미티 방문은 둘 다 차질없이 성사됐다. FBI가 이 남성을 체포했는지,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FBI 문건은 여왕이 미국 독립 200주년을 맞아 미국을 찾은 1976년에도 아일랜드계 인사들이 테러를 계획한 정황이 있다고 소개했다. 1991년 국빈으로 방미한 여왕은 당시 조지 W H 부시 대통령과 함께 야구 경기를 관람했다. FBI 문건은 그때에도 아일랜드계 인사들이 야구장 관중석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일 계획임을 파악해 조치를 취했다고 돼 있다.

 

아일랜드는 오랫동안 영국 식민지로 있다가 20세기 초 독립했다. 그런데 친영(親英) 성향이 강한 아일랜드 북부 지역은 아일랜드에의 합류를 거부한 채 영국령 북아일랜드로 남았다. 이후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분리를 원하는 이들이 IRA를 결성해 영국인을 상대로 테러를 감행했다. 영국 경찰과 군대도 강경한 진압으로 맞서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영국과 IRA의 갈등은 1993년 미국의 중재 아래 북아일랜드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등 내용의 벨파스트 협정이 체결되며 일단락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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