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가 떨어지지 않게끔 있는 힘을 다해 붙잡고 버텼어요.”
전북 군산지역 고교생들이 모텔 난간에서 투신하려는 한 남성을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5일 충남 보령경찰서에 따르면 군산상일고 2학년 고훈·오정훈 군과 군산중앙고 2학년 이진석 군 등 고교생 세 명이 모텔 난간에 매달린 한 아저씨를 우연히 목격한 것은 지난달 29일 밤 11시45분쯤이다.
친구 사이인 이들은 주말을 맞아 군산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으로 놀러 갔다가 산책하던 중 한 모텔 3층에서 난간을 붙잡은 채 늘어선 한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이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기도하는 상황을 직감하고 앞뒤 가릴 새도 없이 모텔 계단을 통해 해당 남성이 매달린 객실로 뛰어 올라갔다. 모텔 문이 굳게 잠겨 있었지만, 몸으로 부딪치고 발로 차 강제로 부수다시피 해 밀고 들어간 이들은 난간에 매달린 이의 팔과 어깨 등을 붙잡아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그제야 방안에 망연자실해 있던 다른 남성도 구조에 합세했다.
난간에 매달린 남성은 워낙 체격이 커 얼핏 봐도 몸무게가 100㎏을 웃돌 정도여서 붙잡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학생들은 허리를 숙여 난간에 상체를 걸친 채 젖 먹던 힘을 다해 버텼다.
이런 사이 밖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한 행인이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들은 3층과 2층 객실에서 투신 기도자를 붙잡아 무사히 구조했다. 학생들이 남성을 붙잡고 버틴 지 20분가량 지나서였다.
고훈 군은 “혹여 손에 힘이 풀려 아저씨가 추락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무섭고 아찔한 생각이 번뜩 머리에 스쳐 죽을 힘을 다해 버텼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군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는 이날 학생들이 재학 중인 군산상일고와 군산중앙고를 잇달아 방문해 위기에 처한 남성을 구조한 데 기여한 데 대한 보령경찰서장 명의의 감사장을 전달하고 격려했다. 또 학생들의 의로운 행위를 치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준비한 텀블러를 선물했다.
군산상일고 임영근 교장은 “학생들의 의로운 행동이 무척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며 “이런 선행이 청소년들의 귀감이 돼 어려운 이들을 돕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울림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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